1년 뒤 우편물 배달…행복한 기다림을 주는 ‘느린우체통’ 인기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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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호미곶광장 등 전국 324곳서 운영
바쁜 일상 속 느림의 미학 전달…호응 높아
지역 경제 활성화·국민 정서 함양에 기여


속초 메이트힐 카페 이용객이 느린우체통에 편지(왼쪽)를 넣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카페에 설치된 느린우체통의 모습. 우정사업본부 제공 속초 메이트힐 카페 이용객이 느린우체통에 편지(왼쪽)를 넣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카페에 설치된 느린우체통의 모습. 우정사업본부 제공

서울 중앙우체국 우표박물관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해주는 특별한 우체통이 있다. 이 우체통은 편지를 넣으면 1년 뒤 배달해준다. 이런 의미를 담아 ‘느린우체통’으로 불린다.

우표박물관을 찾는 관광객들은 과거부터 시대의 역사가 담겨있는 우표박물관에 미래로 배달하는 우체통이 있으니 더욱 색다르다는 반응이다. 편지 한 통 쓸 여유조차 없는 현대 사회에서 아날로그의 감성으로 한 해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충분하다.

11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느린우체통은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하는 공간,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낯선 동네, 기억하고 싶은 장소 등을 소재로 전국 총 324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느린우체통은 ‘경북 포항 호미곶광장’,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대구 김광석거리’,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등에서 만날 수 있다. ‘경기 가평 쁘띠프랑스’,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 ‘제주 카멜리아힐’ 등 민간 기업들도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느린우체통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 강원 속초시 복합문화공간 메이트힐 카페에 느린우체통이 설치돼 지역주민과 관광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곳에는 ‘속초 사랑’ 문구를 형상화한 ‘ㅅㅊ♡’이 표현됐다. 느린우체통 운영은 메이트힐이 맡고, 속초우체국은 월 1회 우편물을 수거한다. 365개의 우편함으로 원하는 날짜에 편지가 발송돼 365일 따뜻한 느림을 전할 수 있다.

카페 이용객 김모 씨는 느린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서 “여행 중에 느끼는 감정을 기록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고 우표를 붙이는 경험이 특별하게 느껴졌다”며 “앞으로 1년 뒤 편지가 전해질 날이 기다려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철민 속초우체국장은 “관광도시 속초를 홍보할 수 있는 명소가 탄생해 기쁘다”면서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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