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이 대표 첫 만남… 진정한 협치 출발점 되길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 받들어야
‘정국주도’ ‘국면전환’ 이용 안 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아직 일정, 형식, 의제 등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전화로 만남을 직접 제의했고, 이 대표가 즉각 수용했으며, 지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회담 자체가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지는 이번 영수회담에서는 민생 대책을 포함해 후임 총리 인선까지 다양한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 등으로 국민 삶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인지라 국정 쌍두마차인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의 전격적인 만남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윤 대통령의 만남 제의에는 사실 만시지탄의 느낌이 크다. 윤 대통령은 2022년 3월 당선 때에는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취임 후에는 여당 지도부와는 10여 차례 공식 회동을 가지면서도 야당 대표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이후 8차례나 이어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윤 대통령은 매번 묵살했다. 야당을, 특히 여소야대 정국임에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국정 수반이자 사회 갈등의 최고 중재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의 그런 모습에 비판 여론이 높았다. 그런데 이번에 윤 대통령이 늦게나마 입장을 바꾸었으니, 향후 국정기조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만큼 앞으로 있을 회담에서 두 영수는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 줘야 한다. 단순히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손 잡고 사진 찍는 보여주기식 만남에 그쳐서는 또다시 국민적 공분만 살 뿐이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상대의 말에는 귀를 닫는 등 회담 시늉만 내는 자리가 돼서도 안 된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국민의 요구를 윤 대통령에게 분명하면서도 가감 없이 각인시키고, 윤 대통령은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그런 요구에 성실히 답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온 국민이 기대 속에 지켜보는 영수회담을 정국주도의 수단이나 국면전환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어쭙잖은 생각은 애당초 금물이다.
여당 참패로 끝난 총선 민심은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바꿔 야당과 협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존 정책 방향은 옳다”며 그런 민심에 부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총선 결과에 대한 사과도 국민 앞에 직접 한 게 아니라 국무회의 비공식 발언으로 갈음했다. 그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최근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윤 대통령으로선 이번 회담에 진정을 다 해야 비로소 민심 회복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터이다. 이 대표도 사리가 아닌 국익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치밀한 준비와 논리로 윤 대통령의 협치 의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모처럼의 영수회담이 협치의 새로운 본보기가 되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