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이 대표 첫 만남… 진정한 협치 출발점 되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 받들어야
‘정국주도’ ‘국면전환’ 이용 안 돼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전화 통화에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전화 통화에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아직 일정, 형식, 의제 등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전화로 만남을 직접 제의했고, 이 대표가 즉각 수용했으며, 지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회담 자체가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지는 이번 영수회담에서는 민생 대책을 포함해 후임 총리 인선까지 다양한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 등으로 국민 삶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인지라 국정 쌍두마차인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의 전격적인 만남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윤 대통령의 만남 제의에는 사실 만시지탄의 느낌이 크다. 윤 대통령은 2022년 3월 당선 때에는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취임 후에는 여당 지도부와는 10여 차례 공식 회동을 가지면서도 야당 대표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이후 8차례나 이어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윤 대통령은 매번 묵살했다. 야당을, 특히 여소야대 정국임에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국정 수반이자 사회 갈등의 최고 중재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의 그런 모습에 비판 여론이 높았다. 그런데 이번에 윤 대통령이 늦게나마 입장을 바꾸었으니, 향후 국정기조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만큼 앞으로 있을 회담에서 두 영수는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 줘야 한다. 단순히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손 잡고 사진 찍는 보여주기식 만남에 그쳐서는 또다시 국민적 공분만 살 뿐이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상대의 말에는 귀를 닫는 등 회담 시늉만 내는 자리가 돼서도 안 된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국민의 요구를 윤 대통령에게 분명하면서도 가감 없이 각인시키고, 윤 대통령은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그런 요구에 성실히 답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온 국민이 기대 속에 지켜보는 영수회담을 정국주도의 수단이나 국면전환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어쭙잖은 생각은 애당초 금물이다.

여당 참패로 끝난 총선 민심은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바꿔 야당과 협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기존 정책 방향은 옳다”며 그런 민심에 부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총선 결과에 대한 사과도 국민 앞에 직접 한 게 아니라 국무회의 비공식 발언으로 갈음했다. 그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최근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윤 대통령으로선 이번 회담에 진정을 다 해야 비로소 민심 회복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터이다. 이 대표도 사리가 아닌 국익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치밀한 준비와 논리로 윤 대통령의 협치 의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모처럼의 영수회담이 협치의 새로운 본보기가 되길 당부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