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맞은 부산시립국악단, ‘왕년’ 멤버 다 모인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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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두 번째로 오래된 국악단
창작 위촉 100여 곡 ‘큰 자산’
23일 40주년 기념 무료 음악회
역대 지휘자·OB 단원 ‘한 무대’

2023년 제220회 정기 연주회 겸 예술감독 이동훈 취임 연주회 '新, 念願(염원)' 공연 모습.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2023년 제220회 정기 연주회 겸 예술감독 이동훈 취임 연주회 '新, 念願(염원)' 공연 모습.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이동훈, 이하 시립국악단)이 올해로 창단 40주년을 맞았다. 전통음악의 계승 발전과 창작 음악 개발을 위해 지난 1984년 5월 23일 창단한 시립국악단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1965년 창단)에 이은 국내 두 번째 국악관현악단이다. 현재 전문 연주자 70여 명이 소속돼 있다. 지난해 시립국악단은 정기(5회)·특별(5회)·교류(1회) 연주회와 해외(3회)·기획(1회) 공연 등 연간 15회를 소화했다.

창단 기념일인 오는 23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225회 정기 연주회를 겸해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 40주년 기념 음악회-불혹의 나이, 100년을 꿈꾸며…’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석 무료(홈페이지 사전 예매, 1인 4매 한도)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일 이동훈 예술감독, 김경수 부지휘자, 김혜진 악장(현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1984년 9월 21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 연주회 모습.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1984년 9월 21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 연주회 모습.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창작곡 개발 힘쓴 시립국악단

국악관현악단은 1980년대 정부 정책으로 전국의 여러 자치단체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민속음악과 정악 연주 외에 창작국악 등 국악을 현대적으로 제도화하려는 취지였다고 한다. 현재 30여 개 국공립, 민간 국악관현악단이 활동하고 있다. 부산시립국악단의 경우, 서울보다 창단은 늦었지만, 1984년 9월 21일 창단 연주회부터 창작곡 위촉에 나서는 등 다양한 위촉 작품을 꾸준히 발표함으로써 연주곡목 확장에 적극 나선 점은 주목할 만하다.

1998년 3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음반 출반 기념 연주회 '봄의 춤' 포스터.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1998년 3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음반 출반 기념 연주회 '봄의 춤' 포스터.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지난 1998년에는 전국 시도립 단체로는 처음 창작곡 음반을 출시해 지금까지 총 4개의 음반을 냈다. ‘만선’ 등이 수록된 제1집(1998), ‘국악관현악을 위한 축제’ 등이 수록된 제2집(1999), ‘보리피리’ 등이 수록된 제3집(2000), ‘가을의 기억’ 등이 수록된 제4집(2004, 창단 20주년)이 있다. 또한 시립국악단 위촉으로 창작한 곡들을 모은 악보집 <한국음악창작곡집>을 15집까지 발간했다. 이 예술감독은 “대한민국 작곡자에겐 거의 한 번씩 청했을 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면서도 “그것이야말로 부산시립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지휘자는 “위촉 곡만 정확히 100곡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1994년 9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 포스터.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1994년 9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 포스터.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제119회 정기 연주회 겸 창단 20주년 기념 연주회 '회상 1984 그리고 비상 2004' 포스터.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제119회 정기 연주회 겸 창단 20주년 기념 연주회 '회상 1984 그리고 비상 2004' 포스터.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2014년 창단 30주년 기념 제172회 정기 연주회 '희망의 노래' 공연 모습.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2014년 창단 30주년 기념 제172회 정기 연주회 '희망의 노래' 공연 모습.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그동안 시립국악단을 거쳐 간 지휘자도 여러 명이다. 초대 지휘자 고 이의경을 비롯해, 제2대 수석지휘자 김영동, 제3대 수석지휘자 고 김용만, 제4대 수석지휘자 배양현, 제5·6대 수석지휘자 박호성, 제7대 수석지휘자 김철호, 제8대 수석지휘자 이정필, 초대 예술감독 김정수, 제9대 수석지휘자 김종욱 등이 있다. 현재는 지난해 5월 부임한 이동훈이 제2대 예술감독을 맡아 우리 음악의 예술적 향상과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창단 다음 해인 1985년 9월 비상임 단원으로 출발해 정단원이 되고, 올해 정년을 앞둔 김 악장은 “39년이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을지도 모를 정도로 정말 행복했다”며 “다시 태어나도 시립국악단 단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고, 가야금을 뜯을 수 있는 건강이면 50주년에도 꼭 참석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선임된 김 부지휘자 역시 “27년 단원 생활보다 부지휘자로 일한 6개월이 더 정신없이 바빴고, 부산시립이 이렇게 많은 ‘잔발의 움직임’으로 30년, 40년을 만들어왔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면서 “앞으로 50년, 100년 이어 갈 수 있는 악단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역대 수석지휘자와 예술감독들. 사진은 23일 공연 사회를 맡은 제4대 수석지휘자 배양현.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역대 수석지휘자와 예술감독들. 사진은 23일 공연 사회를 맡은 제4대 수석지휘자 배양현.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23일 무대에 서는 제2대 수석지휘자 김영동.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23일 무대에 서는 제2대 수석지휘자 김영동.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23일 무대에 서는 초대 예술감독 김정수.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23일 무대에 서는 초대 예술감독 김정수.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이동훈 예술감독.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이동훈 예술감독.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40주년 하이라이트 ‘기념 음악회’

이번 정기 연주회는 1984년 창단일에 맞춰 특별히 개최하는 만큼 역대 지휘자와 예술감독, OB 단원도 함께 꾸민다. 무대에 오르는 상임, 비상임, 객원 등 순수 연주자만 79명에 이른다. 이 예술감독은 “40주년 기념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회”라며 “불혹을 발판 삼아 앞으로 100년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4대 지휘자 배양현 전 부산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2대 수석지휘자 김영동과 초대 예술감독 김정수, 그리고 현 예술감독이 각각 나눠서 지휘한다.

첫 무대는 김창환 작곡의 국악관현악 ‘1984.. 그날의 시작’(위촉 초연)이 연다. 1984년 첫 위촉곡인 ’만선’(황의종 곡)을 비롯해, 1988년 ‘밀양아리랑 주제에 의한 국악관현악’(이상규 곡), 1998년 김영재 작곡의 ‘풍어’, 2004년 정동희 작곡 ‘꿈의 바다’, 1997년 이준호 작곡의 ‘축제’까지 40년 역사가 담긴 위촉 곡을 모아 영상(13분)과 함께 40년 시립국악단 역사를 되돌아본다. 두 번째 무대는 김희조 작곡의 단소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단소 수상곡’ 연주로, 단소에 장명화(대구시립국악단 악장 역임·국가무형문화재 구례향제줄풍류 명예보유자), 18현 가야금에 장혜숙(전문예술단체 일파가야금합주단 단장)이 협연자로 나선다. 부부인 두 협연자 모두 시립국악단 단원을 역임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곡은 역대 지휘자와 함께하는 국악관현악 ‘단군신화’(작곡 김영동, 정가 협연 이희재·김윤지)와 민요 모음곡(편곡 이지영)으로 역대 지휘자 김영동과 예술감독을 역임한 김정수가 무대에 선다. 민요 모음곡의 경우, 남도민요(육자배기·동백타령, 박성희·정선희)와 경기민요(노랫가락· 매화타령, 김보연·이소정)를 한 곡조 안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색 풍경이 펼쳐질 예정이다. 마지막은 이정호 작곡의 국악축전 ‘미래’(위촉 초연)가 장식한다. 시립국악단 40주년을 기념하는 축전곡으로, 경쾌하고 힘찬 에너지를 가득 담아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이 밖에 이 예술감독은 “하반기에는 40주년 기념 책자 발간 외에도 2개의 특별한 음악회를 준비한다”면서 “오는 10월 17일 제227회 정기 연주회를 겸해 열리는 두 번째 기념 공연(우리 음악의 거장 박범훈)과 송년 음악회를 겸한 국악 칸타타 ‘부산포 사람들’(가제)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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