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산에너지법 시행 코앞… 차등 전기료 도입 시급
6월 14일 법 시행 불구 차등요금제 빠져
균형발전 차원 실행 방안 속히 마련해야
에너지 수급의 지역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제정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특별법 시행과 함께 적용이 기대됐던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실시는 미뤄졌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산에너지법 시행 규칙을 마련하면서 차등요금제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산에너지법 입법화 과정에서부터 부산시 등 해당 지자체가 그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이다. 산자부는 공론화 과정 등 도입을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도권 눈치를 보느라 분산에너지법의 근본 취지를 망각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분산에너지법은 부산의 박수영 국회의원 발의로 지난해 제정됐다.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장거리 송전망 구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낮은 수용성으로 사회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기존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력 생산과 소비를 가능한 일치시키는 에너지 분권을 실현하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첨단산업을 지역으로 분산하고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분산에너지법이 중요한 근거 법령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정작 하위 법령과 규칙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구체화하지 않아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산자부가 세부적 내용을 시행 규칙에 담지 않은 것은 수도권 반발 가능성과 한국전력의 경영난 심화 등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입법 논의 과정에서 대부분 정리된 문제다. 원전 밀집 지역 주민의 고통과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차등요금제가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원전 밀집 지역 주민과 수도권 주민이 똑같은 전기요금을 낸다는 자체가 불공정이다. 202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승일 당시 한국전력 사장이 차등요금제와 관련해 “100% 공감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안덕근 산자부 장관도 1월 인사청문회에서 “차등요금제가 전력 수급 불균형 해결의 주요 대안이다”고 했다.
산자부는 분산에너지법 시행에 맞춰 차등요금제는 구체적 내용 대신 정책으로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는 원론적 입장일 뿐, 연내 시행 여부 등 구체적 로드맵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분산에너지법 시행과 함께 차등요금제를 기대했던 원전 밀집 지역 주민을 기만하는 행태다. 차등요금제를 수도권 역차별 등 단순 논리로 접근하면 안 된다. 에너지는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가 된 지 오래다. 국가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도 중요한 사안이다. 산자부가 공론화를 핑계로 차일피일 미룰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에너지 백년대계와 국가균형발전을 생각한다면 하루속히 차등요금제 시행 방안을 마련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