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령 운전자 사고 증가세, 안전대책 실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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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자진 반납 외 다양한 정책 필요
이동권·교통안전 사이 균형점 모색을

부산시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이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선불교통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부산시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이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선불교통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고령 운전자들이 늘면서 이들에 의한 교통사고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층 비중이 높은 부산에서도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27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110명 중 24.5%를 차지했는데,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사고 비중이 상당하다는 걸 가리키는 수치다. 나이가 들수록 상황 인지·조작 기능·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명 사고의 증가라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지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숙제다.

부산은 지형 특성상 도로가 좁고 휘어진 곳이 많아 운전하기 힘든 지역에 속한다. 고령 운전자들에게는 특히 안전 운행의 마인드가 요구되는 곳이다. 지난해 3월, 70대 운전자가 모는 차량이 차도를 넘어 보행로를 침범해 식당을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조사 결과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했다는 진술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가 돌발적으로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에는 부산의 한 교차로에서 60대 운전자가 몰던 화물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해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형적 요인과 고령 운전의 위험성이 결합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확률은 높아진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대표적인 제도가 운전면허 자진 반납이다. 당국에서 면허증 반납을 유도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 고령자의 면허 반납이 이뤄진 사례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서 운전면허를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전체 고령 운전자 수의 2.4%에 불과했다. 그나마 부산에서 1만 명 이상의 고령자가 면허를 반납해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고령자의 면허 반납이 전반적으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제도 말고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는 것도 안타깝다.

면허 반납 외에 구체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 예컨대, 현재 거론되고 있는 조건부 면허제나 보조장치 지원 등의 대안들은 적극적인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 전자는 고령자의 운전 능력을 판별해 운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고, 후자는 차량 비상자동제동 장비의 장착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걸 말한다. 조건부 면허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일본 등의 선진 사례들을 참고할 만하다. 물론 제한이나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고령층에게도 엄연한 이동의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이동권과 교통안전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섬세한 정책을 만드는 데 정부가 온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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