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타지 소년보호시설 인원 봐가며 판결 바꾸는 부울경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울경 6호 시설 없어 대전 효광원 위탁
위기 청소년 교화·보호 위해 시설 시급

부울경에 소년범 6호 보호처분에 따른 감호위탁시설이 한 곳도 없어 대전에 있는 효광원으로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사진은 대전 효광원. 부울경에 소년범 6호 보호처분에 따른 감호위탁시설이 한 곳도 없어 대전에 있는 효광원으로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사진은 대전 효광원.

부산, 울산, 경남에 소년범 교화를 돕기 위한 감호위탁시설(6호 시설)이 전무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부산가정법원에서 비행을 저지른 소년에게 6호 시설 처분을 내릴 경우 멀리 떨어진 대전까지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곳조차 정원이 차면 소년원 송치 등 다른 보호처분을 내린다. 시설이 없어 법원 판결마저 오락가락한다고 하니 기가 막히는 일이다. 법 집행의 엄정성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이래서야 위기 청소년들에 대한 제대로 된 교화와 보호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지역의 감호위탁시설 부재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닐 텐데 수년 동안이나 해결책을 찾지 못해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소년법은 19세 미만 미성년자를 소년으로 규정하고 1~10호의 단계별 보호처분을 내린다. 1호 보호자 등 위탁, 2호 수강명령, 3호 사회봉사명령, 4~5호 보호관찰, 7호 의료보호, 8~10호 소년원 송치로 강도가 달라진다. 6호는 가정과 소년원의 중간 단계로 비행 정도가 낮고 개선 가능성이 있지만 가족 보호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경우 내려진다. 감호위탁시설에서 6개월간 머물며 단체 생활을 하고 치유와 직업훈련도 가능하다. 재범률을 낮추고 더 큰 범죄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소년 범죄가 늘고 재범률이 높아지는 것도 시설 부족과 관련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위기 청소년의 건강한 사회 복귀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이야기다.

전국적으로 남자 6호 시설은 서울 2곳, 경기 충북 대전 전북 1곳 등 모두 6곳이 있다. 지역 내 시설이 없는 부산가정법원은 대전 효광원을 지정기관으로 한다. 생활 근거지와 멀어 정서적 안정 저해와 소년 범죄 광역화 등 문제를 감수하면서다. 이마저 해당 지역 청소년 우선이어서 입소도 쉽지 않다. 6호 처분을 내려야 하면 효광원에 먼저 연락하는데 절반은 자리가 없다는 회신이란다. 이럴 경우 1호 처분 중 청소년 회복센터로 보내거나 9호 처분(소년원 6개월)을 내린다고 한다. 소년원으로 보내면 범죄 학습과 낙인효과로 재범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고 1호 시설에 보내면 다른 청소년에게 범죄를 학습시킬 수 있어 이래저래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아이가 행복하려면 옆집 아이도 행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설이 없어 비행 청소년을 제대로 교화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역사회의 책임이다. 보호처분은 법원이 내리고 시설 인가는 보건복지부, 부지와 운용 예산은 지자체 몫이어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 좋은 구조다.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부지 정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위기 청소년을 이대로 방치할 일인가. 천주교 살레시오회는 부산시가 부지를 해결하면 건물을 지어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폐교 부지 활용 방안을 놓고 부산시교육청과 협의도 진행됐다.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는 문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