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대급 폭염·폭우 예상… 더 철저한 대비로 재난 막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재난 당국 기존 예방 대책 곳곳 허점
이상기후에도 임시방편에 그친 탓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 5일 서울 소재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폭염과 집중호우 대비 관리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 5일 서울 소재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폭염과 집중호우 대비 관리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폭염·폭우에 따른 노동자 피해 예방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의 주장에선 특별히 주목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정부가 매년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권고에 그치기 때문에 사망재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기실 고용노동부 등은 각종 작업장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등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조치 이행 점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지적처럼 현장에서는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비단 노동현장에서만의 일은 아닐 테다. 가공할 자연재해 앞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안전한지 꼼꼼히 따져야 할 때라 하겠다.

기상청이 예측한 올여름 우리나라 기후 상황이 심상치 않다. 우선 올해 6~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40~50%로 제시됐다. 덥기만 한 게 아니라 비도 많이 내린다. 같은 기간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확률이 최고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40~50%라는 수치가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13.7도로, 전국 단위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 강수량은 660.2mm로 1973년 이래 3번째로 많았는데, 특히 장마철 남부지방의 경우 712.3mm로 역대 1위였다. 올해는 그보다 더한 폭염·폭우가 발생한다니 걱정을 넘어 공포가 엄습할 지경이다.

극한의 기후현상에 가장 우려되는 건 인명 피해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폭염특보가 발효된 날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고열로 쓰러져 숨졌는데, 이런 일이 반복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폭염으로 인한 국내 온열질환자는 근래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환자는 2800여 명으로, 2022년보다 80%나 늘어났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어설프기가 짝이 없다. ‘쉴 권리’로 불리는 작업중지권 이행 실태가 좋은 예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노동자 스스로 안전을 지키도록 법이 규정한 권리이지만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처벌 조항이 없어 무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난 당국은 해마다 여름철이면 획기적인 대비책을 세워 안전조치를 구축했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실제 재난이 터지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 대책이라는 것이 임시방편의 의례적인 조치에 그친 탓이다. 역대급 재난에는 특단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극한의 기후현상에 대한 대비책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천재(天災)는 온전히 피하지 못하더라도 인재(人災)는 막아야 하지 않겠나. 지구온난화로 폭염·폭우가 더 잦아지고 강해지는 양상은 예견돼 온 터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해 왔다. 다시는 그런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