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업용수 못 쓰는 동부산권 산단, 기업 유치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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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배 비싼 생활용수 사용 경쟁력 하락
입주사 성장까지 발목… 해결책 시급

공업용수 대신 일반용수를 사용하는 동부산권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의 연간 물 사용료가 100억 원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부산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일반산업단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공업용수 대신 일반용수를 사용하는 동부산권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의 연간 물 사용료가 100억 원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부산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일반산업단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첨단 기업의 메카로 변신 중인 동부산권 산단이 공업용수 리스크 탓에 기업 유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부산권 산단에 공급되는 공업용수를 동부산 14개 산단에 입주한 기업 632곳은 사용할 수 없다. 관로가 설치되지 않아서다. 입주사들은 t당 150원인 공업용수를 쓰지 못하고 8배나 비싼 t당 1330원의 생활용수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고 있다. 전체 기업이 추가로 낸 요금이 연 100억 원에 이른다. 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공장 이전을 고민할 정도다. 게다가 동부산권 산단에 유치 중인 전력반도체·이차전지 업종은 제조업 대비 물 사용량이 5배 더 많다. 비싼 물값이 첨단 기업 유치에 걸림돌로 부상했다.

과거 부산 산업 지형도는 서부산권 제조업과 동부산권 관광·정보통신 산업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1980~1990년대 서부산권 산단 육성책이 펼쳐짐에 따라 관로를 매설해 공업용수를 제공했지만 당시 동부산권은 공업용수 공급망에서 배제됐다. 그런데 최근 동부산권에 혁신의 소용돌이가 일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기장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단 내 전력반도체 클러스터와 2차 전지 기업들이 입주 중인 장안 동부산 이-파크(E-PARK) 산단은 부산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미래형 신산업은 풍부한 물과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데, 막 기지개를 켜려는 동부산권 산단이 물 문제에서 엇박자가 나게 된 것이다.

입주 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개선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좌절되자 뿔이 난 상태다. 저렴한 공업용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기대하고 입주했는데 비싼 생활용수 외에 선택지가 없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전력반도체 공장에서 6인치 웨이퍼(반도체 기판) 한 장 깎는 데 초순수 1t 이상이 들어간다. 이런 상황이라면 공장 증설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국제 무대에서 원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인건비와 전기료가 저렴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동부산권 산단의 비싼 물값은 기업 유치 차질에 그치지 않고 입주 기업의 성장까지 저해하기 때문에 해결책이 시급하다.

비싼 물값이 첨단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동부산권 산단에 대한 다양한 대책이 거론된다. 우선 강서구와 기장군을 잇는 공업용수 관로 설치안이다. 지난달 시의회 본회의에서 박종철 의원은 “미래 산업을 성장시키려면 필수적인 투자”라며 관로 설치를 제안했다. 이밖에 기장 해수담수화시설 활용, 지하수 개발 등 다양한 대안이 논의 중이다. 차등 전기요금과 마찬가지로 물값 역시 원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기업 이전·성장의 중대 요인이다. 성장 동력을 갖춘 신산업이 활성화될 때 부산의 미래는 밝아진다. 부산시는 동부산권 산단의 물값 문제 해결에 즉시 나서고 조속한 시일에 타당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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