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거책도 다단계로… 일주일 동안 4억 4000만 원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현금 수억 원을 받아 가로챈 점조직 형태의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수사기관으로 속이거나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혐의(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로 1차 수거책 60대 A 씨와 20대 B 씨, 2차 수거책 50대 C 씨, 3차 수거책이자 최종 송금책 40대 D 씨 등 총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피해자 16명으로부터 총 4억 4179만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으로 속여 “저금리로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거나 “범죄에 연루됐다”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일당은 점조직 형태로 운영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고액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고용된 1차 수금책들이 피해자들에게 직접 현금을 수거해 2~3차 수거책에게 건네면, 이들이 최종 자금 관리책에 돈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고자 텔레그램으로 범행 내용을 주고받고 택시를 타고 다니는 등 치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1차 수거책 A 씨에게 대면으로 현금 2000만 원을 건넨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A 씨의 동선을 파악하고 주거지를 특정해 당일 검거했다.
1차 수거책 검거에서 사건이 끝날 수 있었지만, 경찰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이들 일당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A 씨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확인 후, 다음날 곧바로 또 다른 수거책 B 씨를 검거했고 이들의 접선 장소까지 파악해 2차 수거책 C 씨까지 붙잡았다. 최종 송금책인 D 씨의 인적 사항과 차량도 계속 추적해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D 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일당을 검거한 뒤 1억 원이 넘는 피해 금액을 압수해 피해자들에게 반환했다. 이들 일당에게 속아 1차 수거책에게 6200만 원을 전달하려던 피해자를 현장에서 만나 범죄를 예방하기도 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으며 총책 파악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이 직접 피해자를 찾아가 현금을 수거하는 일이 없으니, 범죄가 의심된다면 경찰에 곧바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