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참전 용사 희생과 헌신 잊지 말자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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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할 독자여론부 부장

호국보훈의 달 ‘전우야 잘 자라’ 노래 떠올라
부산 6·25참전 유공자회 회원 평균 90세
수십 년째 처우 개선 외침 정부는 외면
참전용사 희생에 걸맞은 최고의 예우를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노래 ‘전우야 잘 자라’)

이 노래를 모르는 50대 이상 남성은 없을 것이다. 기자도 초등학교 시절 뜻을 잘 모르면서 등하굣길에서 친구들과 이 노래를 함께 부르곤 했다.

‘전우야 잘 자라’는 1950년 유호 작사, 박시춘 작곡으로 현인이 노래했다. 정식 군가는 아니었지만, 군에서 널리 불린 대표적인 진중 가요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맘때면 어릴 적 단체 관람했던 반공 영화 속 노래들이 떠오른다. 6·25의 노래, 비목, 굳세어라 금순아, 가거라 삼팔선아, 님계신 전선 등 ….

‘전우야 잘 자라’는 전쟁으로 숨진 전우들을 떠올리는, 슬픈 노래다. 하지만 행진곡풍으로 박진감 있다. 또 비장한 가사와 애조띤 곡조가 가슴을 찌른다. 그때 상황을 헤아릴 순 없지만 왠지 노래를 부르면 코끝이 찡해진다.

호국보훈의 달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이들의 나라 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가유공자와 유족의 영예와 자긍심 고취, 국가보훈 대상자를 예우하는 각종 행사와 사업이 추진된다.

올해 호국보훈의 달 주제는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 실천하는 보훈’으로, 부산 지역 곳곳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주에는 6·25전쟁과 관련 6·25참전유공자회 수영구지회의 6·25전쟁 영상물 전시와 부산 기장군의 ‘올해 기장군 호국보훈 감사제’가 열렸다. 부산지방보훈청의 ‘부산! 걸어서 보훈 스탬프 챌린지’, 월드엔젤피스예술단의 ‘대한민국’ 호국콘서트, 육군 53사단의 보훈단체 회원 초청 행사, 한국자유총연명 부산시지부의 유엔군 추모제 등도 열렸다.

이들 행사에 맞춰 대한민국 6·25참전유공자회 부산지부 회원들도 분주하다. 이들은 한 달 내내 군, 기관, 단체가 개최하는 각종 보은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 6·25참전유공자회 부산지부에는 16개 지회가 있는데, 회원 평균 나이는 93세다. 2000명 등록 회원 전원이 90세가 넘었다. 온갖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이들에게 6월은 아마도 ‘잔인한 달’ 일 수도 있다.

100세 가까운 이분들에게 갑작스러운 전우의 전화는 반가움과 긴장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다른 전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일 수도 있다. 전쟁터에서 생사를 함께 했던 전우의 운명 소식은 ‘다음은 내 차례다 싶어 슬픔과 공포가 밀려든다’고 한다. 그래서 장례식장에 가지도 안 가지도 못하고, 울지도 안 울지도 못한다고 한다.

현재 이들 어르신의 상당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6월만 오면 오라가라 정신이 없다. 정작 형편이 안 돼 실버타운이나 양로원을 갈 수 없어 집안에 박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이제는 잘 듣지도 못하고 말할 힘조차 없다’고 푸념한다. 수십 년 한결같이 정부를 향해 처우 개선을 외쳤지만 돌아온 건 늘 똑같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메아리뿐이라도 한다.

이분들의 연령을 고려하면 10년 뒤 대부분이 아마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짧게 남은 역사적 시간 속에서 여러 의문과 질문들이 떠오른다. 아직도 전쟁의 참사에서 얻는 상처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분들에게 수십 년째 ‘사회적 외면’이라는 2차 가해를 가해도 되는 걸까. 6월만 되면 겉치레로 이분들을 찾아가고 행사장에 오가라고 해도 되는 걸까.

기존의 국가유공자 등 예우법에서 더 나아가 진작 참전용사를 기리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이들을 도와야 하지는 않을까. 6·25전쟁이 끝나고 70년이 넘었는데도 이 같은 법률 하나 만들지 못한 조국, 대한민국은 이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기억할까. 이미 돌아가선 분들의 명예는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

조국을 위해 희생한 사람을 기리지 않는 국가에는 미래가 없다. 희생에 걸맞은 최고의 예우와 존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도 조국을 위해 희생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애국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첫 번째 룰조차 지켜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10년 남짓. 온갖 특별법과 거부권으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정치권과 정부에게 묻고 싶다. 6·25전쟁 등 참전 용사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만들 의향은 없냐고. 우리 조국을 위해 우리 사회를 위해 목숨을 내건 사람을 예우하고 돌봐줄 수는 없냐고. 정쟁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 달라고. 제발 부탁한다.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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