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배로 만든 주스…수출 효자 될까?
배 주스 생산 후 첫 수출…5t 선적
가공공장 만들고 못난이 배로 착즙
생산·가공·수출 일원화…소득 기대
경남 진주시에 있는 한국배영농조합법인(이하 법인)이 가공한 배 주스가 첫 수출길에 올랐다. 그동안 폐기하거나 판매하지 못했던 못난이 배 등으로 주스를 만든 건데, 기후 위기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농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19일 법인과 진주시 등에 따르면 18일 문산읍 소재 법인 선별장·가공시설에서 배 주스 호주 첫 수출 선적식이 열렸다.
이 날 수출길에 오르는 배 주스는 5t 분량, 3800만 원 어치로 ESMA 할랄·HACCP 인증 취득과 FDA 등록을 마쳤다.
법인이 배 주스를 만든 건 최근의 일이다.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배 전체 생산량은 줄어든 반면 못난이 배나 등급 외 판정을 받은 배 생산량은 늘었다. 그 동안에는 못난이 배를 대부분 폐기했는데 이를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가공사업을 결정했다.
이에 법인은 서부경남 배 유통·가공 수출 플랫폼 구축사업을 통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총 30억 원(자체 예산 16억 원.시 지원금 14억 원)을 투자해 배 가공 시설을 준공했다.
김건수 한국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못난이 배는 일부 소매로 판다든지 안 그러면 그냥 폐기처분을 했다. 농민들이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번에 가공공장을 건립하게 됐다. 배 주스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을 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가공시설 건설 후 곧바로 만든 배 주스는 샘플 때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살균한 배를 착즙해 만든 주스로, 150ml 팩 1개 당 2개 안팎의 배가 사용된다. 당도 12 brix(브릭스) 이상의 배만 선별해 착즙하는 데다, 특히 감미료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유통기한이 2년으로 저장성이 높아 수출에도 용이하다.
배 주스는 농민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생산은 생산, 가공은 기업, 수출은 농협’ 등의 구조가 구축돼 실제 농민 주머니로 들어가는 수익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한국배영농조합법인은 전국 영농법인 가운데 최초로 생산과 선별포장, 가공, 수출까지 자체적으로 이뤄냈다. 중간 과정이 사라지다 보니 농민들이 얻는 소득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조해숙 진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가공을 해서 이렇게 수출하면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 고가의 가격을 받을 수 없는 이런 배들을 그냥 처분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농민 수익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법인은 올 가을 배 출하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주스를 생산해 수출길을 열 계획이다. 현재 미국과 호주, 두바이 등과 수출 관련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주스를 만들고 남은 배 부산물 ‘슬러지’를 R&D 사업을 통해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은 “못난이 배를 가지고 주스를 만들어서 세계로 나간다는 건 굉장히 참신하고 좋은 아이디어다. 세계시장을 공략하기에 아주 좋다. 수출 농산물 확대를 위해 농민들 스스로 자구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좋은 사례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