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스쿨존 75% 기준 미달, 어린이 안전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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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면 표시 없거나 금지된 주차장 운영
어린 희생 재발 막는 종합적 대책 시급

부산 사상구 엄궁동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차로에 설치된 정류장에서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김한수 기자 hangang@ 부산 사상구 엄궁동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차로에 설치된 정류장에서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김한수 기자 hangang@

부산 초등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4곳 중 3곳이 안전 기준에 미달된 채 설치·운영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 초등학교 306곳 주변의 스쿨존에 대한 부산시 감사위원회 전수 조사 결과 무려 75%인 228곳이 안전 규정 위반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통학하는 초등생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보호구역이 되레 위험에 노출돼 있었던 셈이다. 특히 지난해 4월 영도의 한 초등생이 등굣길에 트레일러에서 떨어진 대형 화물에 부딪혀 숨지는 참사를 겪은 뒤라 자괴감마저 느낀다. 경각심도 잠시, 결국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꼴이어서다. 스쿨존을 관리하는 관계 당국의 안전 불감증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조사 결과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스쿨존 주변은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날림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예컨대 스쿨존 내 구간에는 노상 주차장 설치가 금지되어 있다. 차량의 진출입이 빈번하면 교통 약자인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위법 주차장이 16개 스쿨존에서 확인됐다. 더구나 이 중 11곳은 차도와 보도가 분리되지 않은 곳이어서 주행하는 차량과 등하교 초등생이 뒤섞이는 위험한 상황이 일상인 실정이다. 지금까지 사고가 안 나서 다행인 지경이다. 또 운전자가 초등학교 스쿨존 구역에 진출입했음을 알리는 시점과 종점 표시가 없거나 잘못된 위치에 설치된 곳도 부지기수였다.

스쿨존에서 30㎞ 이하로 속도를 제한하고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어린이 안전에 힘쓰고 있다지만 어른들의 성적표는 민망한 수준이다. 교통사고 예방 노력이 말뿐이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이 2018~2023년 전국의 어린이 교통사고를 집계한 결과 스쿨존 사고로 17명이 사망하고 196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부산에서만 200건의 사고가 발생해서 1명이 숨지고 205명이 다쳤다. 스쿨존 사고 처벌을 대폭 강화한 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된 뒤에도 사고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지금 이 시각, 아이들이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차량 사이를 헤집거나 불쑥 튀어나오는 통학로 장면을 떠올리면 아찔할 뿐이다.

어린이 유동 인구가 많은 학교, 학원 주변에서 사고를 예방하려면 지자체와 교육청, 경찰이 함께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조사에서 문제가 된 노상 주차장 등은 해당 지자체가 즉시 철거하고 안전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사고 위험을 높이는 원흉으로 지목되는 불법 주정차를 근절하려면 경찰과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사고 빈발 지점을 분석해서 도로 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도 찾아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보행자 전용 도로 확보도 검토해야 한다. 스쿨존을 통합 관리한다는 취지로 관계 당국은 종합적인 사고 예방 대책 마련에 나서라. 더 이상 어린 생명의 희생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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