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재정 악화 부를 종부세 폐지, 논의에 신중 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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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협의체, 재검토 요구
정부, 세수보전 대책 먼저 마련을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감세 중독 빠진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종부세‧상속세 개편안을 규탄하며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감세 중독 빠진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종부세‧상속세 개편안을 규탄하며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동구·부산진구·서구·영도구·중구 등 5개 기초지자체가 소속된 원도심 산복도로협의체가 25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추진 중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기초지방자치단체는 부동산 교부세 재원으로 쓰이는 종부세 수입에 의존해 세입의 감소분을 보전해 왔다. 따라서 지자체에 대한 세수 보전 대책 없는 종부세 개편은 지방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게 원도심 협의체의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지방소멸 위기가 가속화하는 지금, 종부세 폐지는 그러잖아도 열악한 지방 재정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종부세 손질은 최대한 신중한 접근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종부세는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더 부과해 비생산적인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한다는 취지로 2005년부터 시행됐다. 조세 형평성 강화와 자산 불평등 완화에 그 목적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때 정부는 보유세제를 개편해 지방세에 해당하는 종합토지세와 재산세 일부를 국세인 종부세로 전환했고, 종부세 수입 전액을 부동산 교부세 재원으로 활용해 지방 재정을 지원하는 데 돌렸다. 부동산 가격이 높은 수도권에서 재원을 마련해 비수도권에 분배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종부세는 지방 균형발전 원칙을 실현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따라서 종부세를 흔드는 것은 이런 시대적 대의를 저버리는 일이다.

그러나 종부세 수입 감소에 따른 지자체의 피해 우려는 이미 지난해부터 현실화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종부세 수입은 전년도보다 2조 6068억 원이나 줄어든 4조 9601억 원에 그쳤다. 거대 양당이 2022년 종부세 대폭 삭감에 합의한 결과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 전국 지자체에 내려보낸 부동산 교부세 규모 역시 크게 축소됐다. 특히 부산 원도심 5개 구는 전년도보다 총 690억 원가량 감소했는데, 영도구가 154억 원이 줄어 전국에서 감액 규모가 가장 컸고 중구는 감액 비중이 4.8%로 가장 높았다. 중구와 동구, 영도구는 감소율과 감소액 수치가 전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

종부세를 통해 지원되는 부동산 교부세는 지방 재정에 단비 같은 존재다. 열악한 지자체에 더 많은 교부세가 배분되는 방식이라 살림살이가 빠듯한 지자체의 경우 세손 결손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종부세 부담을 더 완화하거나 폐지한다면 지방정부가 겪게 될 재정 파탄 위기는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그 심각성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대규모 감세가 실시됐으나 지방소비세·지방소득세 등 세수 보전 대안이 없지는 않았다. 종부세 손질은 신중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만일 종부세 손질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지방의 세수 결손을 막는 대책부터 먼저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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