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담은 부산 연극 3편, 재미까지 더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새 허생…’,‘장고개…’,‘어둠상자’
우리 역사에 연극적 상상 더해

전통 방식을 되살린 무대부터 시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야기까지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한 개성 넘치는 연극들이 부산 관객을 기다린다.

‘새 허생 이야기' 공연 장면. 극단 새벽 제공 ‘새 허생 이야기' 공연 장면. 극단 새벽 제공

극단 새벽은 창단 40주년 기념 기획 공연으로 ‘새 허생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1987년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극단을 대표하는 레퍼토리 공연으로,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허생전>이 양반들의 허례허식을 꼬집고 상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새 허생 이야기’는 돈의 영향력이 비대해진 자본만능주의 시대를 풍자한다. 매점매석으로 돈을 벌어들인 허생이 돈에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타락해 가는 지식인으로 그려냈다. 연기와 춤이 어우러지는 연희극 성격의 공연인 데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느낌의 연극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극단 새벽은 “돈으로 정보를 독점하고, 독점한 정보로 또 돈을 긁어모으는 이윤 중심의 세상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담았다”고 밝혔다.

'장고개사람들' 연습 장면. 극단 연 제공 '장고개사람들' 연습 장면. 극단 연 제공

극단 연은 ‘피난 수도’ 부산을 배경으로 한 창작극 ‘장고개 사람들’을 처음 선보인다. ‘장고개 사람들’은 부산교대 국어교육과 심상교 교수가 쓴 희곡 ‘장고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이다. 한국전쟁 직후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는 남구 우암동 장고개 사람들의 애환이 담겼다. 연희와 그녀의 남편 장철은 장고개에서 수입품 가게를 운영하고, 장철은 밀수품인 금괴를 빼돌리려다 큰 사건에 휘말린다. 이번 작품은 대사까지 부산 사투리로 구성해 지역 특색을 맛깔나게 살렸다.

역사적 사실에 연극적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도 눈에 띈다. 극단 누리에가 선보이는 ‘어둠상자’는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마지막 사진을 찍은 사진가 집안의 이야기다. 고종은 당시 대한제국을 방문했던 미국 대통령의 딸 앨리스에게 자신의 사진을 선물한다. 하지만 앨리스는 “황제다운 존재감은 없고 애처롭고 둔감한 모습”이라고 고종을 깎아내린다. 이후 고종은 황실 사진사 김규진에게 사진을 찾아 없애버리라는 지시를 내린다. 김규진의 가문은 4대에 걸쳐 고종의 명령을 따른다. 올해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된 이 작품은 12명의 배우가 107년의 세월을 넘어 32개의 역할을 표현한다.


'어둠상자' 공연 장면. 극단 누리에 제공 '어둠상자' 공연 장면. 극단 누리에 제공

극단 새벽의 ‘새 허생 이야기’는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연제구 효로인디아트홀 소극장에서 공연이 열린다. 매주 목~금요일은 오후 7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4시에 공연을 만날 수 있다. 티켓 가격은 3만 원으로 극단 새벽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극단 연의 ‘장고개 사람들’ 공연은 오는 29일 오후 7시와 30일 오후 2시와 5시에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입장권 가격은 3만 원으로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60세 이상 남구 주민의 경우 무료로 공연을 관람하는 등 할인 혜택도 마련됐다.

극단 누리에의 ‘어둠상자’는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영산대 성심오디토리움에서 공연이 열린다. 토요일은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은 오후 3시에 공연이 진행된다. 티켓 가격은 3만 원으로 온라인에서 예매 가능하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