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리튬의 '열 폭주'
원소 발견은 세상을 발견하는 일이다. 우주 만물은 주기율표에 있는 118개의 원소로 이뤄져 있다. 화학 수업 때 ‘수헬리베 붕탄질산…’으로 시작하는 노래로 암기하던 그 주기율표 속 원소 이야기다. 원소기호 3번 리튬(Li)을 발견한 건 스웨덴 화학자 요한 아르프베드손이다. 1817년 페탈라이트라는 반투명 광물에서 칼륨 화합물을 찾던 중 물에 반응하는 미지의 원소를 발견하고 불꽃 반응을 통해 리튬의 존재를 밝혀냈다. 비슷한 알칼리 금속 소듐(Na), 포타슘(K)이 식물에서 추출된 것과 달리 광석에서 나왔다 해서 돌을 뜻하는 그리스어 리토스(lithos)에서 이름을 따왔다.
산화 리튬을 전기분해해 순수 리튬을 추출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세계 2차대전과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항공기 윤활제와 수소폭탄에 사용됐다. 수산화 리튬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산리튬으로 변하는 성질을 이용해 잠수함이나 우주선에서는 선내 공기 정화에 쓴다. 의학에서는 양극성장애 치료제로 활용되는데 인체에 작용하는 과정에서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돼 암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리튬이 널리 알려진 건 배터리에 사용되면서다. 1980년대 리튬전지가 등장하고 2000년대 이후 충전 가능한 이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가 보편화하면서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전기차 양산은 폭발적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하얀 석유’ ‘하얀 다이아몬드’ ‘4차 산업혁명의 쌀’ 등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몸값이 뛰면서다. 희귀광물에 대한 수요 폭발은 자원 확보 전쟁을 불러왔다. 세계 최대 매장지로 꼽히는 볼리비아 우유니사막 리튬 채광을 둘러싼 다국적 기업의 각축전이 모랄레스 대통령 낙마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리튬은 치솟은 인기만큼 위험하기도 하다. 공기와 물에 민감하게 반응해 화재와 폭발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으로 구성되는데 분리막 손상으로 내부 온도가 올라 화학반응으로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하면 물로도 진화할 수 없는 통제 불능 상태에 놓인다. 24일 경기도 화성에서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리튬전지 제조공장 화재는 리튬의 위험성을 다시 환기했다. 우리나라가 이차전지 기술로 세계 최고인데 안전관리는 후진국이었다는 부끄러운 현실도 확인시켰다. 특정 원소가 인류에게 큰 이로움을 주는 만큼 그 이면의 해로움도 경계해야 한다는 신의 계시 같다고 할까.
강윤경 논설위원 kyk93@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