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하다, 부산 온천] 버스 대절 원정·40년 단골 일본인… "오밀조밀 신기한 온천 동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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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다, 부산 온천] 1. 부산 온천에 왜 오십니까?

동래 온천만의 레트로 매력
취향·기호 따라 선택 즐거움
젊은 층 해운대 스파에 몰려
‘예스러운 온천’ 마니아도 많아
목욕보다 피로회복 효과 탁월

부산 온천이 2030 온천 덕후가 찾는 명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동래구 온천장 일대.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온천이 2030 온천 덕후가 찾는 명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동래구 온천장 일대.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온천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부산뿐 아니라 전국 온천 덕후들이 다시금 동래와 해운대 온천을 주목, 주기적으로 찾고 있다. 서울서 온천만을 위해 부산을 정기적으로 ‘원정 방문’하는 이들도 있다. 온천객을 태운 관광 버스도 다시 이어지는데 이들은 허심청을 비롯한 동래 일대 온천 8곳을 취향과 기호에 따라 택해 즐긴다. 이들은 부산 온천을 왜 다시 찾고 있을까.

13년 동안 허심청을 이용하고 있는 70대 이금광 씨는 “목욕과 온천은 확실히 다르다. 목욕이 단순히 씻는 행위라면 온천은 피로까지 회복하는 행위여서 충전하는 느낌이 들고 몸이 가볍다”며 “갑갑한 옷을 벗고 탕안에 들어가서 완전한 해방감을 느끼는 그 맛에 중독돼서 여기까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온천이 2030 온천 덕후가 찾는 명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1910년대 일본인이 만든 동래 온천 봉래관. 동래구청·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부산 온천이 2030 온천 덕후가 찾는 명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1910년대 일본인이 만든 동래 온천 봉래관. 동래구청·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부산 온천이 2030 온천 덕후가 찾는 명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1960년대 초 동래 온천 입구. 동래구청·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부산 온천이 2030 온천 덕후가 찾는 명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1960년대 초 동래 온천 입구. 동래구청·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부산 온천선 ‘고급’과 ‘레트로’ 모두 가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젊은 층의 부산 온천 방문 분위기다. 젊은 층은 아직은 해운대 일대 특급호텔 스파로 주로 몰린다. 해운대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 스파랜드 연간 방문객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2018~2019년에는 50만 명 초반을 기록하다 지난해 60만 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동안 2030 젊은세대의 방문율은 30%였다가 지난해 40%를 넘어섰다. 부산 이외 지역에서 방문하는 욕객도 40%대에서 50%를 넘어섰다.

해운대에서도 호텔 온천시설이 아닌 ‘예스러운 온천’을 즐기는 매니아도 적지 않다. 해운대온천센터나 송도탕을 주로 방문하는 경우다. 서울에서 부산 해운대 온천을 이용하기 위해 찾는 50대 고 모 씨는 “서울에서 오래 일하면서 모두가 스트레스가 많지 않나. 한번은 부산에 놀러와 해운대 온천을 이용했는데 온천만 하고 나면 피부 보습도 잘되고 잠도 잘자는 효능을 느꼈다”며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파해서 친구들이 먼저 가자고 제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동래 온천은 ‘레트로함’을 매력 포인트로 젊은 층을 유혹한다. 취미로 온천을 즐기는 30대 박희수 씨는 동래 온천만의 매력을 발견해 온천장을 일주일에 1~2번씩 찾는다. 박 씨는 “동래 온천 일대는 알수록 신기한 매력이 있는 동네라고 생각한다”며 “오밀조밀한 골목 속에 여러 개의 다양한 온천이 모여 있어 주변 골목 탐방을 하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부산 온천의 질을 높이 평가해 찾는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피부질환 치료를 위해 동래 온천을 찾는다는 한 20대 남성은 “아토피가 심한 편이어서 일주일 1~2회 가족탕을 이용한다”며 “좋은 피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심신의 안정을 줘서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된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 온천이 2030 온천 덕후가 찾는 명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1930년대 해운대구 해운대온천호텔.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부산 온천이 2030 온천 덕후가 찾는 명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1930년대 해운대구 해운대온천호텔.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부산 온천이 2030 온천 덕후가 찾는 명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1930년대에 제작된 동래 온천 광고 전단에 부산역에서 온천장을 잇는 전차와 여관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동래구청·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부산 온천이 2030 온천 덕후가 찾는 명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1930년대에 제작된 동래 온천 광고 전단에 부산역에서 온천장을 잇는 전차와 여관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동래구청·부경근대사료연구소 제공

■다양한 매력에 한 번 찾으면 또 찾아

부산 온천을 찾는 욕객들은 부산 온천을 낡고 오래된 시설이라고만 보진 않는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30대 최민호 씨는 “부산을 좋아하고 온천도 좋아해 동래 온천도 가보고 해운대도 다녀와 봤다. 동래 온천이 다소 올드한 느낌이어서 젊은층들의 반응을 이끌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면 더욱 자주 발걸음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 대표 종합온천시설인 허심청에는 젊은 고객이 상당한 수준이다. 허심청의 고객층은 10~20대가 약 20%, 30대가 약 15% 정도에 달한다.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젊은 층도 꽤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게 농심 측 설명이다. 허심청을 운영하는 농심호텔 박훈 총지배인은 “허심청은 탕 종류만 40여 개에 이를만큼 다양하고, 단순히 목욕하고 쉬는 곳이 아니라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배려가 있는 종합 온천레저시설”이라고 말했다.

부산 온천의 매력은 부산에 살다가 떠난 이들을 꼭 다시 찾게 만든다. 오랜 역사를 지닌 동래 온천엔 특히 그런 고객들이 상당하다. 벽초온천 직원 박주연 씨는 “해운대 온천이 아니라 온천장에 매일 오시는 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동네가 재개발되기 전에 여기서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가신 분들도 다른 데서는 목욕을 못 하겠다면서 물맛을 보러 오신다”고 말했다.

동래 온천의 대표적인 전통 목욕시설인 녹천온천호텔에는 40년간 방문해 온 일본인 부부도 있을 정도다. 녹천호텔 박충열 대표는 “80대 일본인 노부부가 1달에 1번 꼴로 매달 행사처럼 방문해 주셨다, 오실 때마다 3박씩 찾아오시곤 했는데, 우연한 계기로 안면을 트고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40년 동안 우리 호텔을 이용하신 VIP고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옛날부터 동래 온천을 즐겨 왔던 분들이셔서 인근 상점, 식당가라던지 동네 소식을 속속들이 잘 알고 계실 정도다. ‘일본보다 물이 더 좋다’는 말씀도 연신 하시곤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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