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소통… 직접 실행 못하면 정무장관 소용없다
인식의 틀 바꿔 국정기조 전환
탄핵 청원 거센 민심 직시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일 한덕수 국무총리,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함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정무장관직 신설 방침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 때 폐지됐던 정무장관이 부활하면 11년 만이다. 국회와의 소통 강화라는 취지는 이해하겠으나 어쩐지 고육지책의 느낌이 강하다. 정무 기능을 장관직으로 격상한다고 해서 소통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진 않기 때문이다. 소통은 자리나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의지의 문제다. 현재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대통령 탄핵안 국민청원까지 폭주하는 마당이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대통령이 민심의 엄중함을 깨닫고 국정기조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기존에 가졌던 인식의 틀을 바꾸고 국민 소통과 야당과의 협치에 진정성 있게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지정하는 사무를 수행하는 정무장관은 대국회 업무를 원활히 풀어 막힌 정국을 뚫는 역할을 한다. 만일 윤 대통령이 정무장관직에 걸맞은 인사를 잘 기용한다면 여야 대치 정국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그러려면 신설된 정무장관이 정무수석 이상의 역할을 해내야 하는데, 실제로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현재 대통령실에는 정무수석비서관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무 기능을 맡는 참모들이 많아서 정무장관이 자칫 ‘옥상옥’의 사례로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결국 자리를 만들거나 형식을 갖추는 것보다는 대통령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통령의 의지로 뒷받침되지 않는 정무장관이 무슨 소용 있겠나.
최근 대통령 불통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가장 극명한 모습으로 드러난 사태가 탄핵안 발의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다. 지난달 20일 시작한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이 보름도 안 돼 참여자 1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이 청원은 지난달 23일 찬성 5만 명을 넘어 이미 국회 법사위에 회부된 상태지만 이달 20일까지 계속 진행된다. 그동안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은 접속자가 폭주해 잇단 지연 사태를 겪기도 했는데, 향후 청원 동의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짐작하기 힘든 상황이다. 물론 탄핵 청원과 실제 탄핵안이 발의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탄핵 청원이 준엄한 민심의 경고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지금 나라가 고물가·저성장·저출생의 구조적 위기에 갇혀 민생의 주름살이 깊어만 가고 있다. 정무장관 신설 등 대통령의 소통 강화 선언에도 불구하고 탄핵 국민청원의 거센 불길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통령이 탄핵 소추의 회오리에 휘말리는 국가적 불행만큼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너무나 진부한 말이지만, 민심은 천심이다. 대통령이 민심의 엄중함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거야에 의한 힘의 정치가 지배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국민과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는 게 순리다. 말이나 흉내로 그칠 일이 아니다. 소통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정치를 복원하는 일, 대통령이 직접 몸으로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