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연고 사망자 끌어안는 부산 동구청 취지 높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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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족’ 연결 전국 첫 시도 주목
존엄한 죽음 보장하는 문화 확산 기회

<부산일보>와 부산 동구청이 전국 최초로 무연고 사망자와 '사회적 가족'을 연결하는 장례‧추모 시스템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부산 동구청 입구에 내걸린 '해피엔딩 장례 지원 사업' 현수막.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일보>와 부산 동구청이 전국 최초로 무연고 사망자와 '사회적 가족'을 연결하는 장례‧추모 시스템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부산 동구청 입구에 내걸린 '해피엔딩 장례 지원 사업' 현수막.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동구청이 비혈연 장례와 추모, 사후 정리를 활성화하기 위한 장례지원 사업에 나섰다. 무연고자나 1인 가구를 지인과 이웃 등 ‘사회적 가족’과 연결해 최소한의 존엄한 죽음이 보장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신청자는 생전에 ‘장례 주관자’와 ‘유언 집행자’를 지정할 수 있고, 사후의 장례 방식과 안치 방법도 선택 가능하다. 〈부산일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심층 기획기사를 통해 무연고자의 장례·추모에 공적 역할이 개입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노력해 왔다. 이번 사업은 동구청과 〈부산일보〉가 함께 이룬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닐 뿐만 아니라 전국 첫 시도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무연고 사망은 장례를 지내줄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를 가리킨다. 생을 마감한 뒤에도 홀로 남겨지는 무연고 사망자는 해가 갈수록 급증 추세인데, 부산 지역도 2019년 237명에서 지난해 619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연고 사망자 급증은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가족관계의 단절이 복합적으로 얽힌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이다. 과거에는 취약 계층에 한정된 안타까운 현실로만 여겨졌던 무연고 사망은 이제 계층과 연령을 불문하고 확산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상 중이다. 안타깝게도, 무연고 사망이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일어나는 일상적 풍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죽음 그 이후다. 유품 처리부터 사망 신고, 장례, 화장과 안치까지 사후에 해결돼야 할 일이 수두룩하지만 이를 담당할 마땅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사후 처리는 현재로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몫인데,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근래 들어 ‘공영 장례’라는 개념이 생기긴 했어도 장례식 없이 바로 화장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해 장사법이 개정돼 연고자가 아닌 친구나 이웃, 지인도 장례를 치러줄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사망자 개인과 망자가 속한 공적 사회를 연결할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동구청과 〈부산일보〉가 그 연결고리를 제도적으로 구축하는 일에 나선 것은 그래서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런 장례 지원사업이 더 널리 알려지도록 홍보해 나가는 일이다.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부산은 향후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고독사·무연고 사망의 연쇄 증가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아무런 손길을 받지 못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 어떤 죽음도 외롭지 않도록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해 공동체가 마땅한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업를 계기로 고인의 최후를 책임지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확산되는 기회를 맞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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