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찾고 싶다” 해외 입양인 ‘부모 알권리’ 첫 소송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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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대상덴마크 입양 이현조 씨 소송 제기
친생부모 정보 공개 막혀 고통
다른 입양인도 권익위 이의 제기
알권리 배제한 현행법 위헌 시비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해외 입양인 등 20여 명이 입양인 정보공개소송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입양연대회의 제공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해외 입양인 등 20여 명이 입양인 정보공개소송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입양연대회의 제공

덴마크로 입양된 해외 입양인이 한국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정보 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아동권리보장원을 상대로 친생부모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으로, 해외 입양인이 공식적으로 국가에 친생부모 알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 오전 9시 40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입양인 알권리 법률대리인단과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이 ‘뿌리를 알권리 보장을 위한 입양인 정보공개 소송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행정소송은 1970~1980년대 해외로 입양된 이들이 친생부모를 알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됐다. 다수의 해외 입양인들이 소송 결과를 주목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해외 입양인들은 기자회견에서 아동권리보장원이 친부모 정보 일체를 공개하지 않아 알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해외 입양인들의 알권리와 정체성 확립을 위해 입양 정보 공개 사업을 주관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이번 소송 원고인 이현조 씨는 한국에서 해외 입양이 가장 성행한 시기인 1970~1980년대에 태어난 직후 덴마크에 입양됐다. 2022년 이 씨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자신의 입양 정보를 알기 위한 입양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 거절당했다.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 아동 요청이 있을 때 친부모 동의를 받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다만 ‘친생부모가 사망이나, 그 밖의 사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친생부모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입양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씨 역시 친부가 사망한 상태였고,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확인되지 않음(Unconfirmed)’이라는 내용 외엔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입양특례법 시행령에 따르면, 친생부모 동의가 없을경우 인적 사항은 제외하더라도 입양 당시 친생부모 나이, 입양일, 입양 사유, 친생부모 거주 지역 등은 입양인에게 제공해야 한다. 당시 아동권리보장원이 이 씨에게 제공한 서류에는 어떠한 정보도 담겨 있지 않았다.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아동권리보장원은 어머니 측의 동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기에 정보를 제공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렇다 하더라도 인적 사항을 제외하고는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어머니 측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쳤느냐”고 질의했다. 아동권리보장원 측은 “서면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친생부모의 정보를 얻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는 해외 입양인은 이번 소송을 제기한 원고만이 아니다. 지난 5월 해외 입양인 뿌리찾기 지원 기관인 뿌리의집과 DKRG는 친생부모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해외 입양인들의 목소리를 모아 국민권익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도 해외 입양인 375명에 대한 불법 해외 입양 의혹을 조사 중이다. 오는 11월께 1차 조사가 완료되면 국가 책임을 묻는 해외 입양인 단체의 법적 대응도 쏟아질 전망이다.

이번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진행한 법률대리인단은 현행 입양특례법의 위헌성을 헌법재판소에서 심판하도록 하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행 입양특례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법률대리인단 전민경 변호사(사단법인 온율)는 “친생부모에 대한 정보는 단순히 부모 개인의 정보일 뿐 아니라 입양인의 정보라고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 공개 여부가 오로지 친생부모의 의사에 근거하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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