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법’ 알고도 강행? 통영시의회 ‘불법 파견’ 논란 점입가경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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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사무국 ‘동의 없는 인사교류 가능’ 질의
행안부 “지방공무원 임용령 위반” 공문 회신
집행부·의장 ‘파견은 제외’ 임의 판단 강행
교통과 발령 6급 소청심사·집행정지 신청

통영시청과 통영시의회. 김민진 기자 통영시청과 통영시의회. 김민진 기자

속보=‘불법 파견’ 논란에 휩싸인 통영시와 통영시의회가 당사자 동의 없는 인사교류는 위법(부산일보 7월 12일 자 12면 등 보도)이라는 상급기관 유권해석을 받고도 인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질의에 행정안전부가 공문까지 보냈지만 ‘파견은 예외’라는 자의적 판단으로 밀어붙였다. 애초 집행부 파견에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던 의회 사무국 직원은 결국 도에 ‘소청심사’를 제기했다.

16일 통영시의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9일 의회사무국이 요청한 ‘공무원 동의 없는 인사교류(상호파견발령)의 법령 등 위반 여부 질의’에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위반된다”며 “인사교류를 시행할 경우 법령에 위반되지 않게 운영하라”고 회신했다. 덧붙여 “이 문서는 의회사무국 질의 회신이나, 인사교류 대상기관인 통영시에도 동시에 보낸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통영시는 9일과 10일 인사에서 집행부 파견을 거부한 의회사무국 직원 2명을 각각 민원지적과와 교통과로 발령 냈다. 통영시 관계자는 “의회 요청에 따른 조처였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행안부 공문은 참조로 접수됐고, 법령상 파견은 본인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방공무원 임용령(제27조의5 제4항)은 ‘인사교류를 하는 경우 본인 동의나 신청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파견의 경우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본인 동의 없는 인사교류 법령 위반 여부를 묻는 통영시의회 사무국 질의에 회신한 공문. 독자 제공 행정안전부가 본인 동의 없는 인사교류 법령 위반 여부를 묻는 통영시의회 사무국 질의에 회신한 공문. 독자 제공

하지만 이는 같은 법에서 정한 파견근무 요건에 부합할 때 적용가능하다는 게 행안부 판단이다. 동법 제27조의2에 명시된 파견 조건은 7가지다. △다른 기관이나 단체에서 지자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특히 필요한 경우 △업무 폭주상태인 다른 지자체나 국가기관에 행정지원을 하는 경우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특수업무를 공동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교육 훈련이나 교수 요원으로 선발된 경우 △국제기구나 외국 정부, 외국 연구기관에서 업무 수행 및 능력 개발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내 연구기관 국내 민간기관과 단체에서 지방정책 수립과 관련된 자료 수집 등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다.

의회사무국은 이를 토대로 일방적인 집행부 파견은 위법하다고 판단, 인사권자인 의장에게 불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의장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담당 팀장과 국장은 집행부에 보낼 공문 결재를 거부했다. 그러자 의장은 결재 계통을 무시하고 직권으로 부동의자 2명을 포함한 의회 직원 4명 파견을 통보했다.

이번 인사에 앞서 집행부 근무 의사가 없음을 수차례 밝혔음에도 교통과로 전보된 6급 직원은 경남도에 인사명령 집행정지와 함께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는 공무원 처분에 대해 부당함을 다투는 절차다. 심사위원회가 청구를 인용하면 인사는 무효가 된다. 해당 직원은 “인사권자와 맞서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만약 이번 건이 용인되면 앞으로 누구도 소신을 갖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호소했다.

앞서 이번 논란과 관련,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역시 “명백히 위법한 인사 발령”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파견이라는 꼼수를 썼지만 1 대 1 대응 방식의 인사교류로 인사권을 위법 부당하게 남용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당장 파견을 철회하고 안하무인격 갑질 행위에 대해 해당 직원과 시민께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통영시의회 배도수 의장. 사무국 제공 통영시의회 배도수 의장. 사무국 제공

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전반기 의회 인사권 독립을 둘러싼 갈등의 연장선에서 전임자 측근 찍어내기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1월 13일 시행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따라 지방의회 의장은 의회 사무직원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통영시의회가 이를 근거로 4급과 5급 자체 승진 인사를 예고하자 통영시가 발끈했다.

양측 신경전이 의장과 시장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는 와중에 의장이 5급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 가장 먼저 파견 대상으로 지목된 전문위원이다. 시장은 ‘인사교류 협약’ 파기로 맞받았다.

선 넘은 보복 조치에 참다못한 민주당이 나서 “몰상식과 갑질을 여실히 보여주는 행태”라며 여당 의장에게 힘을 실었다. 제9대 통영시의회는 국민의힘 8명, 더불어민주당 4명, 무소속 1명 구성이다.

하지만 정작 여당 의원들은 “의장이 동료 의원들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인사를 단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되레 의장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의장을 배제한 채 후반기 새 의장단이 구성되면 원상태로 되돌려 놓기로 시장과 협의를 마쳤다고 했다. 이른바 ‘의장 패싱’ 이다. 이를 주도한 게 현 의장이다.

김미옥 전 의장은 ‘보복성 인사’라며 반발했다. 그는 “편법도 아니고 아예 법령을 위반한 인사 갑질”이라며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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