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부울경 ‘찬밥’ 취급, 지역균형발전 의지 보여라
전당대회 출마자들 발길조차 드물어
지역서 참패 지난 총선 의미 곱씹길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부산·울산·경남(부울경) 홀대가 심각하다.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 레이스가 본격 막이 오른 뒤 전국적으로 열기가 고조되는데, 유독 부울경 지역에서는 냉기가 흐른다.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 대부분이 부울경 방문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으며 지역 언론과 접촉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부울경을 아예 ‘내놓은 자식’으로 여기는 듯하다. 부울경에 기반을 둔 김두관 당 대표 후보만이 홀로 지역을 찾아 언론 인터뷰를 갖는 등 득표 활동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찬밥’ 취급에 부울경 당원들과 시민들로서는 소외감과 배신감을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을 테다.
이런 사정은 민주당의 올해 새롭게 적용된 전당대회 룰 탓이 크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본선 투표에서 대의원 표 비중을 대폭 줄이는 대신 권리당원 표 비중을 크게 높인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원 주권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이재명 당 대표 후보 지지 성향이 강한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부울경의 권리당원 비율이 민주당 전체의 6%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에서 부울경의 입김이 평소에도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전당대회 룰 개정 결과 그 존재감은 더욱 미미해지게 됐다. 민주당의 부울경 외면이 도가 지나치다고 하겠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이른바 ‘이재명 체제’로 들어선 이후 더욱 심해진 느낌이다. 부울경 최대 현안이라고 하는 산업은행(산은) 부산 이전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가 좋은 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순풍을 타는 듯했던 산은 이전은 마지막 단계인 ‘산은법 개정’이 민주당의 소극적 대응으로 무산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산은 이전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는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가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법안 심사를 미루면서 입법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형편이니 민주당에 대한 부산 민심이 좋을 리가 있겠는가.
지금 민주당의 위상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체제 이래 어렵사리 추진해 온 ‘지역주의 타파’와 ‘전국정당화’ 노력이 밑거름이 돼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래 부울경을 대하는 모습에서 민주당의 그런 노력은 이제 폐기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혹 부울경을 제외하고도 수권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부울경에서 참패했다. 그때 얻은 의석이 겨우 5석이다. 이런 결과가 시사하는 바를 민주당은 곱씹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지역 민심을 외면하고 균형발전에 소극적이라면 향후 대세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공든 탑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