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디데이…누가 떨고 있나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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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 시 최대 무기징역
제휴 은행에 고객 예치금 보관
“원화마켓 중심 시장 재편될 것”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고객의 자산 보호가 골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가상자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고객의 자산 보호가 골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가상자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다. 이용자보호법은 투자자의 자산 보호가 골자다. 고객 예치금은 은행에 보관되고, 불공정거래가 적발되면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강화된 법망으로 인해 가상자산거래소 생태계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용자보호법 시행안에는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율체계가 담겼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거래와 시세 조종 행위를 금지하고, 사기적 부정 거래 행위도 차단한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이상 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불공정거래 행위가 의심되면 금융당국 통보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불공정거래 행위 적발 시 강력한 처벌 규정도 적용된다. 금융당국의 조사와 수사기관의 수사를 거쳐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부당이득 규모가 50억 원을 넘어가면 징역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해킹 등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고객이 보유한 가상자산의 80%를 ‘콜드월렛(Cold wallet)’에 별도로 보관해야 한다. 콜드월렛은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상태의 지갑을 말한다. 하드웨어 지갑, USB 보관 등의 형태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방식으로 작동되는 ‘핫 월렛(Hot wallet)’에 보관된 가상자산의 5% 이상에 해당하는 현금은 유사시 고객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적립해야 한다. 거래소는 사고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도 마련해야 한다.

가상자산사업자가 파산하거나 사업자 신고가 말소되면, 은행은 지급 시기·장소 등을 일간신문과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이용자에게 예치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고객의 예치금을 별도의 수탁은행에 보관하고, 은행은 국채 등 안전 자산을 대상으로 운용해야 한다.

다만 은행의 책임이 가중된 만큼 은행권에선 가상자산거래소와 거리 두기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원화마켓’과 ‘코인마켓’으로 구분된다. 투자자가 원화로 가상자산을 매수·매도하기 위해선 원화마켓을 이용해야 하는데, 원화마켓은 제도권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취득해야 한다. 코인마켓은 원화 거래가 불가능하고, 투자자 간 코인으로만 거래할 수 있다.

실명계좌 제휴를 맺지 않은 1금융권의 관계자는 “단순 예치금 보관에 그치는 게 아닌 예치금 현황을 금융당국에 상시 보고해야 하고, 관련 부서 신설과 인력 충원 등 은행의 업무가 대폭 늘어난다”며 “실명계좌 제휴를 맺는 이유가 수익을 공동 창출하기 위함인데, 대부분 코인마켓거래소의 극심한 적자도 주저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등록된 코인마켓거래소 21곳 중 포블게이트와 비트레이드 2곳을 제외하고 모든 거래소가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완전 자본잠식은 적자가 누적돼 납입 자본금까지 모두 바닥을 보인 상태를 의미한다. 거래대금이 ‘제로’ 수준인 코인마켓거래소는 10곳에 근접했다.

코인마켓거래소 관계자는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로 은행은 더욱 소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며 “결국 자산 건전성이 높은 원화마켓 거래소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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