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들에게도 공식 발표 1분 전에야 사퇴 결정 알렸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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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바이든 사퇴 결정

측근들 사퇴 당일도 “대선 완주”
해리스 부통령도 당일 알게 돼
백악관 참모 충격 속 안도감도
사퇴 결정 48시간 내 이뤄진 듯
당내 우려 고조·기부금 급감 탓
건강 이상설은 큰 영향 못 미쳐

지난 1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75차 나토 정상회담 폐막 기자회견에서 연설한 후 떠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75차 나토 정상회담 폐막 기자회견에서 연설한 후 떠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대선 후보 TV 토론 참해 후 "전당대회에 직접 나와서 내게 도전하라"는 날 선 메시지를 내놓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정은 48시간 만에 이뤄졌다. 조 바이든이 돌연 입장을 선회한 배경으로는 선거 패배 우려가 커지고 기부금이 급감하는 등 현실적인 이유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주요 매체를 종합하면 바이든 선거본부 관계자 다수는 사퇴 당일인 이날까지도 대선을 반드시 완주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불출마 결정이 비밀리에 신속하게 진행됐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 결정 전날인 20일 오후 늦게 스티브 리셰티 대통령 고문에게 전화해 “마이크와 함께 집으로 와라”고 비상 호출했다. 리셰티 고문과 마이크 도닐론 수석 전략가는 바이든을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보좌한 최측근이다. 이에 두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려 델라웨어주 러호버스 해변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인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으며, 셋은 밤늦게까지 대선 후보 사퇴 입장문을 작성해 이날 완성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요일인 이날 오후 1시 46분에 엑스(옛 트위터)에 입장문을 올려 전 세계에 후보 사퇴를 공식 발표하기 불과 1분 전에야 사퇴 결정을 자신의 다른 참모들에게 알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새 후보로 지지하겠다고 밝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에야 대통령의 결정을 알게 됐다.

캠프 내에서도 상당한 충격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날 사퇴 결정 발표 이후 백악관 참모 일부가 충격을 받았고, 일부는 눈물을 흘렸으며, 일부는 안도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일부 참모는 전날까지도 선거를 계속한다는 말을 듣고 이날 오전까지도 선거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미리 결정을 공유받지 못해 속상해 했다고 보도했다. 상황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이날 사퇴 발표 전에 몇 차례 통화했다고 CNN에 전했다.

그간 완주 의지를 수차례 재확인해 온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긴급하게 입장을 선회한 것은 자신으로는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 이길 수 없다는 당내의 우려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민주당 전략가가 미국 CNN 방송에 밝혔다. 실제 TV 토론 이후 민주당에서는 30명이 넘는 의원이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기부금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선거를 완주할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퇴의 단초가 된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게 백악관 고위 당국자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숙고하는 과정에서 건강 문제는 딱히 중요한 변수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 당국자의 전언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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