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융 공격수로 1년, 부산이 금융 도시로 바뀌고 있어”
이명호 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금융 도시 부산 만드는 최일선 싱크탱크
금융 기회발전특구는 부산의 전환점
지역의 위기 금융 산업으로 극복해야
전 세계에 ‘부산 알리기’ 집중할 것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은 금융 도시 부산을 만드는 공격수라고 생각합니다. 진흥원이 금융 도시 부산의 최전방 공격수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고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뜁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이명호 원장은 취임 1주년 소회를 묻자 공격수를 화두에 올렸다. 예탁결제원 원장과 금융위원회 요직을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게 진흥원에서의 1년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기존에 일했던 기관의 일들이 금융 시장을 관리하는 ‘수비수’의 일이었다면 진흥원은 새로운 업무를 만들고 결과물을 내야 하는 공격적인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2021년 예탁결제원 사장으로 부임한 뒤 이 원장은 처음 부산에서 근무했다. 그가 가장 놀랐던 일은 제2 도시라 불리는 부산에도 폐교가 생긴다는 뉴스였다. 지역의 위기를 실감하는 소식이었다. 시간이 지나 부산을 금융 도시로 만드는 싱크탱크의 수장이 된 지금, 그는 부산이 금융 도시로 제대로 역할해야 지방 위기,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 원장은 “과거에는 부산이 금융 중심지가 되면 좋겠다 정도의 인식이었다면 지금은 부산이 발전하고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금융 산업이 부산에서 부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부산이 금융 중심지로 제대로 역할하다 보면 지방 소멸 문제도 점차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부산이 정부 금융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것을 큰 전환점으로 본다.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되면서 부산 남구 문현동과 북항 재개발 지역 2단계 일대에 입주하는 금융 기업에게는 세제 혜택이 제공된다. 29개 금융 기업이 1조 4000억 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이미 제출했다. 이 원장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지역에서 금융 산업을 정책적으로 집중 육성하는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며 “금융 생태계가 조성될 시작점이자 마중물로 특구가 역할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기회발전특구 시대를 맞아 이 원장이 진흥원 취임 후 집중하는 과제는 전 세계에 ‘부산 알리기’다. 다음 달 부산에서 영국계 국제 금융 컨설팅사인 지옌사의 국제금융센터지수가 발표된다. 120개 금융 도시가 주목하는 큰 행사다. 또한 10월에는 금융감독원과 부산시가 해양금융 발전을 위해 부산해양금융위크를 개최한다. 이 원장은 “해외 금융회사를 유치하려면 파격적인 지원, 인센티브도 중요하지만, 도시 평판을 쌓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부산에서 열리는 행사는 전 세계 금융인들의 교류의 장을 넘어 부산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취임 후 문현 금융단지의 변화에도 힘쓰고 있다. 진흥원은 지난 25일부터 매주 목요일 BIFC에서 점심 시간을 이용해 음악회를 연다. BIFC에 근무하는 금융 기관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고 문화와 금융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함이다. 이 원장은 “일본 도쿄 금융센터는 금융센터 활성화를 위해 수시로 재즈 공연을 열어 지역 사회와 호흡한다”며 “비즈니스 여행객, 시민들이 어울려 공연을 즐기다 보면 금융 공공기관이 모여 있는 건물이라는 BIFC에 대한 딱딱한 인식도 바뀌고 지역 문화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은 2020년 부산시, 부산 이전 금융 공기업 5곳, BNK부산은행, 해양진흥공사의 분담금으로 만들어졌다. 이 원장은 진흥원이 생긴 이후 4년 간 부산이 조금씩 금융 도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 원장은 “해양, 파생, 정책 금융 중심지 부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진흥원을 포함해 정부, 시민 모두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부산이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를 남은 임기 동안에도 끊임없이 고민해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명호 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3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구조개선정책관, 외교부 소속 주영국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공사 겸 총영사 등을 거쳤으며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을 지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