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 경쟁의 힘 보여준 여자 양궁 올림픽 10연패 신화
첨단 시스템과 선수 피땀으로 쌓은 금자탑
불공정·편법 판치는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한 한국 여자양궁 대표팀의 남수현(오른쪽부터), 임시현, 전훈영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시상식에서 손가락과 금메달로 숫자 10을 만들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양궁 여자 대표팀이 올림픽 단체전에서 10연패 신화를 완성했다. 임시현, 남수현, 전훈영으로 이뤄진 한국 여자 대표팀은 29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 결승전에서 중국을 5-4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슛오프까지 가는 명승부 속에 한국 궁사들의 ‘강심장’이 빛을 발한 승리였다. 이로써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번 파리 대회까지 36년 동안 금메달을 한 번도 놓치지 않는 대업을 이뤘다. 이는 특정 나라의 특정 종목 연속 우승 최다 타이기록이다. 미국 남자 수영 대표팀이 400m 혼계영에서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까지 10연패를 기록 중이다.
한국 여자 양궁 10연패 금자탑은 공정한 경쟁과 첨단 훈련 시스템 속에서 선수와 코치진이 피땀으로 쌓아 올린 결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한국 양궁은 ‘올림픽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어렵다’고 할 정도로 공정한 경쟁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제로베이스에서 신인 선수와 동등한 자격으로 선발전을 치러야 한다. 이번에 도쿄올림픽 3관왕 안산이 탈락하는 등 선수가 완전히 교체된 것도 이런 경쟁 시스템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만이 경기력을 뒷받침한다는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제양궁연맹이 세계 최강인 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세트제 도입 등 제도를 6번이나 바꿨지만 번번이 실패한 배경이기도 하다.
전폭적 지원과 과학적 훈련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은 대한양궁협회 회장사로 1985년부터 40년 동안 전폭적 지원으로 한국 양궁에 힘을 실었다. 이번 파리올림픽을 앞두고는 레쟁발리드 양궁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건설했다. 이 훈련장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은 경기장 특성을 몸에 익히며 비슷한 환경에서 모의 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이 밖에도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 등 첨단 과학을 동원한 시스템 속에서 선수들은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스포츠심리 전문가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동행도 이제는 필수적 지원이 됐다. 이런 섬세한 지원과 준비 끝에 ‘강심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한국 여자 양궁 10연패 소식은 무더위에 지친 국민의 피로를 한 방에 날렸다. 특히 올림픽 초반 한국 선수들의 선전과 함께 어우러지며 큰 기쁨을 주고 있다. 양궁 여자 대표팀이 공정한 경쟁과 불굴의 투지로 이뤄낸 올림픽의 새로운 역사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울림 또한 상당하다. 후안무치한 내로남불과 부모 찬스 등 편법, 불공정이 판치는 상황에서 스포츠 정신으로 만든 담백한 승부가 던지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선수들의 땀과 열정을 알기에 파리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무거운 부담감을 이겨내고 새로운 역사를 이룬 여자 양궁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우리 사회도 한 걸음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