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3관왕 김우진 “해 뜨면 마른다”
“메달 땄다고 젖어있지 말라” 조언
‘금빛 입담’ 태극전사들의 말말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30개 이상 수확한 태극전사들은 인상적인 소감과 향후 각오 등을 밝히며 색다른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양궁에서 3관왕에 오른 김우진은 “메달 땄다고 젖어있지 말라”며 “해 뜨면 마른다”고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했다. 꾸준함의 비결을 묻는 말에 “내가 딴 메달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내 원래 모습을 찾아 계속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비유했다.
공기소총 10m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반효진은 “‘쟤는 어디까지 성장할 생각이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하계 올림픽 100번째이자 사격 최연소 금메달(16세 10개월 18일)이라는 대기록을 세워도 안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펜싱 사브르 2관왕에 오른 오상욱은 “‘어펜저스’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단체전에 함께 뛴 후배 도경동이 “우리는 오상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자 “그런 건 잘 모르겠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어펜저스’는 사브르 대표팀 애칭으로 ‘펜싱’과 ‘어벤저스’를 합친 말이다.
유도 57㎏ 결승에서 아쉽게 은메달을 딴 허미미는 “애국가 가사를 외워 왔는데 못 불러서 아쉽다”며 “다음 올림픽에선 꼭 부르고 싶다”고 했다. 재일교포인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 지사의 5대손으로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 당부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골프 경기에 뛴 김주형은 최종 라운드를 마친 뒤 “손흥민 선수가 왜 그렇게 자주 우는지 이제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지낸 그는 국가를 대표할 기회가 없었던 터라 올림픽에 참가한 경험이 감동적이라고 했다.
25m 권총에서 결선에 오르지 못한 김예지는 “이게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인생은 계속되고 이건 하나의 대회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기권총 10m에서 은메달을 딴 그는 주 종목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낙담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남자 속사권총 25m에서 은메달을 딴 조영재는 “만기 전역하겠다”고 공언했다. 국군체육부대 소속 병장인 그는 조기 전역 자격을 갖추게 됐지만,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다”며 기존에 예정된 9월 19일 제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0m 공기권총 혼성 경기에서 4위로 메달을 놓친 이원호는 “넌 금메달을 땄지만, 내 입에는 금니가 있다”고 오예진에게 말했다. 10m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예진이 혼성 경기 부진을 자책하며 눈물을 보이자 이원호가 꺼낸 농담이다. 입대를 앞둔 이원호는 올림픽 메달이 간절했지만, 오예진 마음부터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태권도 80㎏급 서건우를 지도한 오혜리 코치는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뭐든지 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6강 전에서 서건우가 석연찮은 판정으로 패배 위기에 몰리자 오 코치는 경기장을 뛰어다니며 항의를 이어갔다. 결국 판정이 번복되면서 서건우는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