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급증… 10대가 위험하다
상반기 합성·편집 성범죄 29건
지난해 총 5건보다 6배 늘어
부산 학교에서만 15건 적발
최근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기술로 타인의 신체 사진이나 동영상을 음란물과 합성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에 능숙한 10~20대 가해자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13일 이젠센터(부산광역시 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디지털 성범죄 피해 건수는 949건으로, 지난해(245건)에 비해 3.9배 증가했다. 이 중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범죄 유형은 합성·편집으로, 지난해 총 5건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29건이 발생해 6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합성·편집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한 것은 생성형 AI 기술의 보급으로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한 앱이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일반인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젠센터 정경숙 센터장은 “디지털 성범죄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 속에 합성·편집 성범죄의 증가세가 가파르다”며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10대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 올해 6월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의 신체 이미지를 합성한 음란물을 제작해 판매한 학생이 적발됐고, 5월에는 제주도의 한 국제학교에서 또래 여학생 11명의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만든 남학생이 붙잡혔다. 올해 초 전주의 한 중학교 남학생들은 여자 동급생과 여교사의 사진을 나체 사진에 합성해 조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부산 지역 학교에서 불법 합성물이 발견된 것은 총 12건이었지만, 올해는 상반기(6월 기준)에만 15건으로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었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사회적 경각심은 부족한 편이다. 딥페이크는 ‘가짜 이미지’라는 인식 때문에 가해자나 제3자는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피해자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린다.
부산경찰청 이경민 사이버수사대 대장은 “가해자는 대부분 단순한 재미로 허위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하는 반면 피해자는 강한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며 “피해자 다수는 본인이 느끼는 고통에 비해 가해자의 처벌 수위가 낮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