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논란에 윤 대통령 독립유공자 달래기… “합당한 예우”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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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 100여 명 초청해 오찬
유도 은메달 허미미 등 참석
김형석 임명 논란 언급 자제
이종찬 광복회장 참석 안 해
야, 광복절 경축식 불참 고수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에서 파리올림픽 유도메달리스트 허미미 등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에서 파리올림픽 유도메달리스트 허미미 등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각별한 예우를 약속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불거진 ‘건국절’ 논란과 광복절 경축식 파행 개최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초청해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100여 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나라를 꿈꿔왔던 독립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며 “독립 영웅들께서 남겨주신 독립의 정신과 유산이 영원히 기억되고, 유공자와 후손들이 합당한 예우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 또 북한의 침략에 맞서 자유를 지켰던 영웅들이 있었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고 조국의 번영을 이끌었던 위대한 지도자와 국민들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이 위대한 유산을 미래로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며 “자유의 가치를 지키며 발전시켜 온 선조들의 뜻을 결코 잊지 않고 자유, 평화, 번영의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찬에는 특별초청 대상자로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자 2024 파리올림픽에 유도 국가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한 허미미 선수가 참석했다. 허미미 선수는 한국과 일본 국적을 동시에 가진 이중국적자였으나,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를 바란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독립유공자 신광열 선생의 아들인 신민식 자생의료재단 사회공헌위원장,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 창업주인 유일한 선생의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 이육사 시인의 외동딸 이옥비 씨 등도 참석했다. 미국, 중국, 카자흐스탄에서 온 독립유공자 후손 3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이들은 광복절 경축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최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발해 야당과 일부 독립운동 단체들이 광복절 경축식 불참 의사를 밝혀 이날 오찬은 특별히 주목받았다. 윤 대통령은 건국절 논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과거부터 독립 유공자들을 꾸준히 챙겨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서대문독립공원에 있는 독립관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순국선열의 고귀한 희생으로 되찾은 국권 위에 세워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정신을 꿋꿋하게 지키겠다’고 적는 등 순국선열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노력과 행보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을 대표하는 이종찬 광복회장은 대통령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야당도 여전히 광복절 경축식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두고 “대통령이 오늘 중으로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고 역사 쿠데타 음모에 대해 직접 사죄해야 한다”며 “핵심 요직에 친일·뉴라이트 세력을 우격다짐으로 밀어 넣고 망국적인 일본 퍼주기를 하는 데 정권이 혈안이 됐다”고 비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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