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반쪽 행사’ 결국 쪼개진 광복절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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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독립관장 사퇴 거부
야당·독립단체 별도 기념식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4일 오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4일 오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제79주년 8·15 광복절 경축식이 사상 초유의 ‘반쪽 행사’로 치러지게 됐다. 여야 대립이 국민통합의 장이 돼야 할 광복절마저 분열로 얼룩지게 만든 데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김형석 관장은 14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정부로부터 임명받았고 성실하게 관장직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한 마당에 물러설 이유가 전혀 없다”며 사퇴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광복회의 ‘뉴라이트’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광복회가 이승만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든 국민은 전부 뉴라이트라고 매도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광복회장이 추진하지도 않는 ‘건국절 제정’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 문제에 대해 의견 제시를 넘어 그 뜻을 관철하려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며 광복회 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대통령실 역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낙점한 김 관장의 임명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마지막 문은 열어 놨다. 정부에서 성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며 김 관장의 사퇴 또는 임명 철회가 있어야 정부 주최 경축식에 참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김 관장 임명은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만들려는 음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광복회를 비롯한 37개 독립운동단체는 김 관장 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정부 경축식에 참석하는 대신 15일 오전 서울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개최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도 정부 행사 대신 이들 단체가 개최하는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으로 구성된 독립유공단체인 광복회의 정부 경축식 불참은 1965년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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