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춤으로 표현한 중년 여성의 해방
■조영주 '꽃가라 로맨스'
조영주 작가(1978~)는 여성의 신체 이미지·여성의 삶을 주제로 탐구하는 현대미술가이다.
영상, 사진, 설치, 공연,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솔로 작업과 다학제 전문가 협업 및 커뮤니티 참여 작업을 한다. 그녀 자신이 여성인 만큼 여성이란 주제는 자전적 성격을 띠기도 하지만 여성과 연결된 돌봄, 치유, 재생 등의 개념을 사회적 차원에서 폭넓게 다루기도 한다. 조영주 작가의 ‘꽃가라 로맨스’라는 작품을 통해 작가의 작업 세계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먼저 ‘꽃가라 로맨스’는 작가의 2014년 싱글 채널 비디오 작품이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한국 중년 여성들이 등장해 공장 안팎을 다니며 발레의 기본 동작을 수행한다. 무용과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과 배경, 단조로운 안무가 다소 우스꽝스럽기도 하나 퍼포머의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에 궁금증이 유발된다. “이들은 왜, 무엇을 위해 춤추는가?”
결혼 후 중년이 된 한국 여성은 흔히 ‘아줌마’라고 불린다. 이 표현에는 여성을 비하, 조롱하는 부정적 뉘앙스가 은근히 내포되어 있다. 아줌마라는 스테레오 타입에 알게 모르게 속박 되어온 중년 여성의 해방과 억눌린 자아를 표출하기 위해 작가는 춤을 떠올렸다. 중년 여성들이 자유롭고 우아하게 춤추며 ‘여성’, ‘엄마’, ‘아줌마’라는 사회적 정체성을 잠시나마 잊고 자신을 표현하길 원했다.
작가는 국내 5곳(부산, 오산, 대전, 철원, 양평)에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50~70대 중년 여성의 춤을 촬영하였는데 이중 ‘꽃가라 로맨스’에서는 부산 다대포 무지개 공단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출연한다.
작가가 2014년 부산의 홍티아트센터의 레지던시에 머물 당시에 제작했다. 홍티아트센터는 다대포 무지개 공단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데, 작가는 당시 동네 아주머니들이나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을 자주 마주치면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전쟁 이후의 출생자로 가난과 고도성장이란 역사의 질곡을 겪었다. 이들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콘셉트 아래 발레의 기본동작을 수행한다. 공장의 거친 배경과 꽃무늬 옷을 입은 여성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비추는 이 작품은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려하는 여성 그 자체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춤추는 여성의 꽃무늬 원피스도 도드라진다. 원색의 꽃무늬는 녹록지 않았던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굳건히 살아온 여성의 강인한 아름다움을 상기시킨다. 조영주 작가의 ‘꽃가라 로맨스’는 부산현대미술관 컬렉션으로 소장되어 있다.
박한나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