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의식 공유한 정부 부처 엘리트가 지역 발전 걸림돌”
부산·서울시장 '수도권 일극' 날 선 비판
“한 부처만 근무 ‘고인물’ 이기주의 팽배
순환근무 서울시 공무원 더 복합적 사고
기재부 공무원 75%는 지역으로 보내야”
박형준(오른쪽) 부산시장과 오세훈(왼쪽) 서울시장이 23일 부산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한 ‘한국 미래 지도자의 길-2030 도시, 국가, 글로벌 문제 극복 리더십’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갖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한류 아닌 강남류에 지배된 엘리트가 모든 걸 수직 구조로 바꿨다.”(박형준)
“기재부 4분의 3은 지방으로 보내 현지에서 정책을 입안시켜야 한다.”(오세훈)
한국정치학회가 마련한 지난 23일 특별 대담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균형발전에 손 놓고 있는 중앙정부를 연신 질타했다. 박 시장은 인서울의 벽에 가로막힌 지역 지자체장의 울분을 토했고, 오 시장은 부처 이기주의에 빠진 관료들의 안일함을 비꼬았다.
■지역에 공감 못하는 중앙정부
이날 박 시장은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엘리트층의 공유된 무의식을 꼽았다.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중심가의 생활 양식과 사고관을 공유하는 이 같은 세태를 박 시장은 한류에 빗대 ‘강남류’라고 꼬집었다. 그는 “강남과 인근 부촌을 중심으로 의식을 공유하는 엘리트 계층이 형성됐고, 심지어는 지역의 고소득·고학력 계층까지 자식에 입성시키는 것이 전국적인 트렌드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사람은 자신의 감각 세계를 넘어서서 사고하는 게 어렵다”며 “지역에서 아무리 문제점을 이야기해도 ‘어려우니 우는 소리 한다’는 식으로 전혀 정책적 공감을 못 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 역시 지자체의 어려움을 공감하지 못하는 중앙정부의 막힌 시각을 비판했다. 그는 막간을 이용해 고등학교 선배인 박 시장과의 만남에서 느낀 소회도 전했다. 오 시장은 “나 역시도 시야가 서울에만 갇혀 있었는데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박 시장이 부산시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좌절감 등을 피맺히게 이야기하는 걸 듣고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순환근무를 하는 서울시 공무원이 중앙정부 공무원에 비해 통합적인 사고가 훨씬 뛰어나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평생 한 부처에서만 일하며 부처 간 이기주의가 심한 정부 공무원은 못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균형발전 해법은 새로운 리더십
마지막으로 박 시장은 이 같은 수도권 일극주의를 타개하기 위해 지도자가 갖춰야 할 리더십으로 ‘혁신과 공감’을 들었다. 이를 통해 공고화된 한국의 수직적 질서를 수평적 질서로 바꿀 때 일극주의가 극복된다는 의미다.
박 시장은 “미국과 큰 차이가 없던 유럽의 GDP가 반토막이 난 것도 균형발전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유럽이 전통적인 관료제를 유지하며 대도시에만 지원을 해 오는 동안 미국은 조지아와 콜로라도, 텍사스 등 이른바 ‘시골’을 혁신 거점으로 만들어 꾸준히 성장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 거버넌스를 완전히 개편하고 예산 역시도 균등하게 나눌 것을 주장했다. 그는 중앙과 지방이 세금을 나눠 쓸 수 있는 ‘공동세’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 시는 재산세 50%를 25개 자치구가 나눠쓰는 실험을 단행해 효과를 보고 있다. 강남 3구에서 거둔 재산세를 재정자립도가 부족한 지자체에 보태고 있는 셈이다. 오 시장은 “시행 전 20배 이상 차이 나던 서울 내 지자체 간 격차가 10배 안쪽으로 좁혀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오 시장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례를 실제 국가경영에 도입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에 4741건의 권한 이양이 이뤄졌고, 이제는 대규모 권한 이양이 실험 단계를 넘어설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