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부실 심의 경종 울린 이기대 고층 아파트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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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반발과 여론 뭇매에 결국 승복
행정이 앞장서 개발 탐욕 저지해야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 동생말 인근 아이에스동서(주) 부지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 동생말 인근 아이에스동서(주) 부지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아이에스동서(주)가 이른바 ‘이기대 아파트 건립 사업’ 계획을 26일 철회했다고 한다. 부산의 해안 비경을 오롯이 간직한 이기대의 입구에 30층 안팎의 아파트 3개 동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해당 사업자에겐 막대한 개발 이익이 예상된 반면, 시민이 즐기는 주요 명소는 망쳐질 게 뻔해 그에 따른 반발이 거셌다. 아이에스동서의 사업 계획 철회는 그런 시민들의 반발에 승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이기대 아파트 건립을 반대해 온 시민들은 이로써 한시름 놓게 됐다. 하지만 해당 사업의 인허가 과정에서 부산시를 비롯한 남구 등 행정 당국이 그동안 보여 준 행태는 거듭해서 돌아봐야 할 숙제로 남았다.

해당 사업은 지난 2월 부산시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는데, 이때부터 부실 심의 논란이 뜨거웠다. 심의 항목 중 경관·개발행위 부분 심의가 특히 부실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논란은 부산시가 이기대가 갖는 공공의 가치는 외면하고 되레 사업자의 이익만 옹호했다는 비판으로 나아갔다. 남구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해당 부지의 용적률을 높여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당연히, 여론의 뭇매와 사업을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사업 철회와 관련해 이날 아이에스동서가 “시민 반응과 언론의 지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 언급은, 거꾸로 생각하면, 부산시와 남구를 향한 엄중한 경종이라 하겠다.

행정 당국이 돌아봐야 한 것은 이기대 아파트만이 아니다. 부산 구덕운동장 통합 재개발 사업 역시 주민들의 격한 반발로 파행을 겪고 있다. 부산시와 서구가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체육공원 같은 공공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를 지어 부족한 사업비를 메꾸겠다는 발상이 문제가 됐다. 주민들이 급기야 서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지역 정치권까지 반대하고 나서자 부산시와 서구는 마지못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뿐인가. 부산외국어대 옛 우암동 캠퍼스 부지에는 2500가구 대단지 아파트 건립이 추진 중이다. 난개발을 부추기며 민간 사업자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특혜성 사업이라는 비난이 비등하다.

해묵은 주제지만 답은 언제나 분명한 질문이 있다. 이기대나 구덕운동장 같은 공공재의 개발은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냐는 질문이다. 마땅히 지역 주민을 비롯한 일반 시민을 위한 개발이어야 한다. 시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업은 애초에 시작하지 말 것이며, 어쩔 수 없이 이미 시작했더라도 시민이 반대하면 원점 재검토를 신중히 고려하는 게 옳다. 억지로 밀어붙일 경우 행정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발업자의 탐욕은 끝이 없는 법인데 그 탐욕을 저지할 마지막 보루인 행정을 믿지 못하면 시민은 누구를 의지해야 하나. 부산시를 비롯한 행정 당국은 스스로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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