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공백기 간호사도 파업, 여야정 의료붕괴 막아라
보건의료산업노조 29일 총파업 예고
여야 정치권, 간호법 조속한 처리 절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립중앙의료원지부가 붙인 총파업 관련 현수막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이탈 장기화에 따른 의료 공백을 가까스로 메워온 간호사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예고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노사 간 조정이 실패하면 29일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 빅5 대형병원 노조는 파업에 불참하고,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에는 인력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반년 넘게 이어지는 의료 공백에 간호사들마저 떠나면 진료·수술 연기 등 의료현장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 6개월간 정부 보건행정의 무능력을 겪은 환자와 국민은 의료체계 붕괴 위기에 불안하기만 하다.
의료산업노조의 70%를 차지하는 간호사들은 반년 이상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를 메우면서 높은 노동 강도로 번아웃 증세를 호소했다. 오죽했으면 의료 시스템 붕괴에 119 구급대원들이 ‘응급환자들 생명이 위태롭다’는 기자회견까지 연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전문의 이탈 과정에서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에게 응급심폐소생, 약물 투입 등 전공의 업무 일부를 맡겼지만, 법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불법으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법상 명확하지 않은 의료 행위를 강요당하면서, 업무 과부하로 고통받는 간호사들의 어려움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의 요구 사항 중 하나가 ‘조속한 진료 정상화’란 부분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당장 PA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 등을 규정하는 간호법은 국회 통과가 불확실한 상태라고 한다. 국회는 지난 22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여야가 각각 발의한 간호법을 반영한 정부 수정안을 논의했지만,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간호 보조사 시험 응시 학력 기준 등에 대한 사소한 이견을 극복하지 못했다. 당초 여야는 모처럼 간호법 등 민생법안을 합의처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의료 최일선에서 전문의들의 공백을 막으며 희생해 온 간호사들의 처우마저 정치인들의 정쟁거리로 전락한 상황이다.
여야와 정부는 국민의 건강권과 간호사의 희생을 담보로 정치 투쟁만 벌이지 말고, 서둘러 합의하기를 촉구한다.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부모, 형제, 아이들은 응급실과 병실을 찾지 못해 고난을 겪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터질지 몰라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재유행과 온열환자 증가, 추석 연휴까지 겹치면서 의료계는 초비상이다. 정부는 최악의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과 업무에 대한 법적인 보장을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 국회도 PA 간호사 합법화 등이 담긴 간호법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마지막까지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길 부탁한다. 정부와 정치권, 노조와 병원, 의사들 모두가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 의료 대란 사태를 극복하길 바란다.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