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비정신과 청소년 인성 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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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복 (주)사라토가 회장 부산시문화상수상자회장

최근 교권을 침해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일어났다. 이런 와중에 대한민국의 희망이 보이는 현장을 접했다. 경북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이 바로 그곳이다. 퇴계 이황 선생의 이념과 신념을 담아 운영되고 있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은 2001년 11월 개원했다. 2022년 1월 기준 수련 인원만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선비문화수련원은 가치불변의 올곧은 선비정신 체험을 통해 오늘날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의 본질로 우리 국민의 정신문화를 선도해 온 선비정신은 이제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합리성과 상업성을 추구하는 서구 문명이 깊숙이 스며든 오늘날에도 그 가치를 잃지 않고 곳곳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물질적인 성장은 이루었지만 내면적으로는 삶의 질이 저하되고, 인성이 메마름에 따라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선비들은 그 사회의 양심이자 지성, 인격의 기준으로서 각 시대의 지도적 구실을 하는 책임을 감당해 왔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던 그 정신은 현대에도 그대로 계승돼 국민들의 인격 향상에 공헌하고 있다.

선비문화수련원은 경상북도교육청으로부터 특수연수기관으로 승인받아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개원 초기 주로 교원들과 학생, 행정직 공무원, 군 장병을 중심으로 실시되었던 선비문화수련원은 각계의 요청에 따라 수련 대상을 기업, 사회단체, 기타 여러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선비문화수련원의 초·중·고등학생 수련 과정은 ‘1일 과정’ ‘1박2일 과정’ ‘2박3일 과정’ 등으로 나뉜다. 퇴계 선생의 삶과 정신 체험, 인사 예절 실습, 생활 예절 익히기, 퇴계 선생 후손 이육사 선생의 삶과 정신, 퇴계 종손과의 대화, 인간관계의 지혜와 선비의 구국 정신, 마음공부, 수련 소감과 실천 다짐 작성 등을 접할 수 있다.

고향이 안동인 필자는 올해 매주 화요일 도산서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중학교 시절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에서 〈명심보감〉을 익혔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국에 많은 강연을 다니고 있다. 도산서원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에서 전국의 교장, 교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오지 탐험과 음악을 주제로 강연을 많이 하는 필자는 지금까지 3000회 이상의 강의를 전국에서 펼친 바 있다.

필자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수련 과정의 강사로 참여하며 청소년들이 생생한 선비 정신을 계승하는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강의하기 전에는 학생들의 삐뚤어진 마음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호된 질책이나 엄격한 훈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련원에서 현장을 접한 뒤 필자는 마음을 바꾸었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질책, 꾸지람, 지적, 고성 등이 일절 없었다. 심지어 학교에서 매일 질책받고 꾸지람을 듣던 학생이 입교 3일 만에 이곳 지도위원들이 참 이상하다고 말했다. 수련 온 한 학생은 가정이나 학교에서처럼 행동하면 당연히 야단을 맞고 지도를 받아야 했는데 왜 야단을 안 치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최근 부산에서 온 여학생들의 수련 강의를 마칠 때 모든 학생이 기립해 ‘브라보’를 외치며 보내는 큰 박수를 받았다. 이들의 모습에서 미래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다. 학생의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솔선수범하는 지도위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또 학생들의 바른 인성을 길러 주기 위해 먼 부산에서 이곳 안동까지 수련 계획을 세운 부산시교육청의 혜안에 박수를 보낸다. 부산시교육청은 이곳에서 선비문화 수련을 계획하고 2023년부터 올해까지 총 2500여 명의 ‘착한 선비’를 길러낼 예정이라고 한다.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의 인성 함양을 위해 우리 사회가 더욱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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