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유해 남조류 지난해 13배… 먹는 물 '불안'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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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물금·매리 평균 10만 개
경보 단계 여전히 '경계' 유지
환경단체 “보 상시 개방해야”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가 지난달 19~21일 낙동강 녹조 발생 현황을 조사했다. 물금·매리 지점에서 녹조를 확인하는 모습.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가 지난달 19~21일 낙동강 녹조 발생 현황을 조사했다. 물금·매리 지점에서 녹조를 확인하는 모습.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부산 식수원인 낙동강 일대에 녹조가 심각한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검출된 낙동강 내 유해 남조류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물금·매리 지점에는 조류경보제가 경계로 유지되면서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3일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부산의 식수원인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 조사에서 유해 남조류 세포 수(cells/mL)는 7만 8612개로 경보 ‘경계’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10만 6191개, 22일 13만 6133개, 26일 9만 1062개로 올해 8월에만 물금·매리 지점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평균 10만 개를 웃돌았다. 유해 남조류 개체 수가 mL당 1만 개를 2회 연속 초과하면 조류경보제 기준상 ‘경계’를 발령한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올해 확연히 낙동강 녹조 문제가 심각해졌다. 지난해 8월 중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 가장 많이 검출된 유해 남조류 세포 수는 1만 452개였다. 올해 8월 유해 남조류 세포 수 최대치는 그에 비하면 무려 13배가 넘는다.

올해 낙동강 남조류 유해 개체 수 증가 주요 원인은 폭염이 꼽힌다. 낙동강 일대 수온은 오르고 수질은 깨끗하지 않으니 유해 남조류가 빠르게 증식할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올해는 물금·매리 지점 외에도 경남 칠서와 경북 강정·고령도 경보가 경계 상태를 유지하는 등 사실상 낙동강 대부분이 녹조에 덮였다.

문제는 녹조가 창궐하면서 먹는 물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녹조와 관련돼 가장 논란이 되는 게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 물질로, 장기간 노출되면 발암이나 신경계 질환 유발 가능성이 있다. 환경 당국은 원수 정화 과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사라진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단체는 자체 조사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수돗물에서 검출됐다며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고 우려했다.

환경단체는 수돗물이 녹조 독소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보가 유속을 떨어뜨리며 녹조가 발생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낙동강 보의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 기후가 빈번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예상을 벗어난 수준의 녹조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데, 무더위 탓만 하기엔 낙동강 일대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생명그물 이준경 대표는 “낙동강 수질 개선과 녹조 독성 해결을 위해 물 유속이 나올 수 있도록 낙동강 보를 상시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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