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 사회 진출 전 ‘빚 수렁’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대 신용유의자 6만 5887명 달해
2021년 말 대비 25.3% 크게 증가
1000만 원 이하 소액 채무 대부분

생활·주거비 등 생계 어려움 분석
채무 조정 외 거시 정책 실행 여론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가 된 청년층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 명동거리에 붙은 대출 광고물. 연합뉴스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가 된 청년층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 명동거리에 붙은 대출 광고물. 연합뉴스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청년층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1000만 원 이하 소액대출에서 연체가 발생하고 있는데 취업난 등에 따른 생활고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한 청년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업권별 신용유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 5887명(중복 인원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말(5만 2580명) 대비 25.3%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유의자가 54만 8730명에서 59만 2567명으로 8%가량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20대 증가세가 더 눈에 띄게 늘었다.

신용유의자는 연체 기간이 정해진 기간(대출 만기 3개월 경과 또는 연체 6개월 경과 등)을 초과하면 신용정보원에 등록되며 신용카드 사용 정지와 대출 이용 제한, 신용등급 하락 등 금융 생활에 여러 불이익을 받는다.

문제는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도 전에 ‘빚 낙인’으로 많은 청년들이 경제적 난관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은행권에서 받은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경우가 3만 3610명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그 뒤로 저축은행(2만 2356명), 여신전문금융회사(1만 6083명) 등 순이었다. 특히 수십만~수백만 원 수준의 대출도 갚지 못한 소액 연체자 비중이 큰 것도 청년 채무의 특징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회사에 단기연체 정보가 등록된 20대는 지난 7월 말 기준 7만 3379명(카드대금 연체 제외)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연체 금액이 ‘1000만 원 이하’인 경우가 6만 4624명(88.1%)이었다. 20대 연체자 10명 중 9명은 소액 채무자라는 뜻이다.

금액이 소액인 점을 감안할 때 생활비나 주거비 등 생계 관련 어려움을 겪는 청년이 상당수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몇년 새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경기 둔화 여파에 제대로 된 일자리까지 구하지 못하며 청년층에 빚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2022년 11월 이후 2년 가까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 7월 청년층 가운데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도 44만 3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7월 기준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이 의원은 “저성장이 지속되는 중에 20대 신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청년들의 생계 어려움이 소액연체라는 결과로 드러났다”며 “청년층 소액연체를 채무조정 등 금융으로 해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사회 정책 등 거시적 청년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차주도 100명 중 1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환 의무가 있지만 체납된 학자금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661억 원으로 전년(552억 원)보다 19.7%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체납 인원은 5만 1116명, 1인당 평균 체납액은 129만 원 수준이다. 이 역시 취업은 했지만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등 일부 청년층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