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측정 거부 혐의 30대 항소심도 무죄… "성급한 기소"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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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2-1 형사부, 항소 기각
"음주 감지 요구 사실 증거 없어"
법조계 "범죄 사실 파악 미흡해"

부산법원 종합청사 전경 부산법원 종합청사 전경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사고를 낸 30대 차주가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애초에 검찰이 사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기소했다고 꼬집는다.

부산지법 2-1 형사부(부장판사 계훈영)는 지난 5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남성 A 씨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22년 1월 7일 오전 4시 6분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사고를 낸 뒤 현장에서 음주 측정을 요구하는 경찰을 밀치고 욕하는 등 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A 씨와 변호인은 현장에서 음주 감지 요구를 받은 적이 없어, 음주 측정을 거부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A 씨가 사고 현장에 이어 ‘같은 날 오전 4시 38~53분 약 15분 동안 사상경찰서에서도 5분 간격으로 3회에 걸친 음주 측정 요구에 대해 저항하는 등 응하지 않았다’고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1심 재판부는 “기존의 공소 사실과 기초적 사실 관계가 달라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법정에 증인으로 선 경찰관들도 “현장에서 A 씨가 이탈하려는 등 도저히 음주 감지 요구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사실오인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 측은 “A 씨는 사고 현장에서 체포돼 경찰서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음주 측정 거부를 한 것은 기본적 사실 관계가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현장인 도로에서 경찰관으로부터 음주 감지 요구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이 음주측정거부 범행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이 이후 계속된 범의 하에 경찰서에서 음주 측정 거부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더욱이 현재 별건 범행으로 구속 중인 피고인이 공소장 변경을 불허하며 항소 기각을 원하는 이상,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 수사와 공소 유지가 미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재판 진행 중에 공소 사실을 확장해 나가는 것은 피고인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게 법원 판단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형사 절차는 적법 절차가 지켜졌음을 명백하게 인정할 증거가 있지 않는 이상 위법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되는 범죄 사실 관계를 면밀하게 살펴야 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검토한 뒤 재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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