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문자는 오갔지만 영향은 없었다?
총선 지역구 이전 요청 문자 발송 의혹
김영선 의원 김해갑으로 옮겼다 컷오프
당사자 부인하지만 문자 오갔을 개연성
이준석 “해당 문자 캡처본은 봤다” 주장
대통령실 “공천도 안 됐는데 무슨 개입”
민주당, 해당 의혹 포함한 특검법 의결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 여권과 당사자인 김영선 전 의원의 전면 부인에도 더불어민주당이 9일 해당 의혹을 포함한 ‘김건희 특검법’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문제가 정기국회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4·10 총선 당시 전국적 ‘핫플레이스’였던 김해 지역을 포함한 ‘낙동강 벨트’ 공천 과정도 다시 소환되는 분위기다.
이 의혹은 한 언론이 ‘김 여사가 총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의힘 5선의 김영선(경남 창원의창)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지역구를 김해갑으로 옮겨 출마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김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긴다면 대통령과 맞춤형 지역 공약을 마련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후 김 전 의원은 출마지를 옮겼으나 ‘컷오프’(공천 배제)돼 공천에서 배제됐고, 화가 난 김 전 의원이 김 여사와 나눈 텔레그램 문자를 22대 현역의원 두 명에게 보여줬다는 게 보도 내용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김 의원은 당초 컷오프 됐고, 결과적으로도 공천이 안 됐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란 말이냐”며 “공천은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역시 “총선 공천에 외부 인사가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해당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 여사와 김 전 의원이 공천과 관련한 문자를 주고 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반박이 없었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해당 문자의 캡처본을 봤다고 언급하면서 의혹이 커졌다. 김 전 의원의 부인에도 그런 취지의 문자가 오갔을 개연성은 높아 보인다.
김해를 비롯해 민주당의 PK(부산·경남) 교두보인 낙동강 벨트 지역 탈환은 총선 당시 국민의힘의 화두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현역들이 쟁쟁한 탓에 후보난에 시달렸다. 이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성한 공천관리위원회는 총선 2개월 전인 2월 중순께 PK 지역 중진인 서병수(부산진갑),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을 설득해 각각 부산 북갑, 양산을, 김해을로 이동 배치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의 경우 경쟁력 평가 등에서 하위권을 차지해 컷오프설이 파다했고, 공관위 역시 이동 배치 대상에 김 전 의원을 포함하지 않았다.
그 대신 김 전 의원 스스로 김해갑 출마를 선언했지만, 공관위는 ‘검토한 바 없다’고 잘랐다. 결국 김해갑 지역은 기존 예비 후보 간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았다. 이후 김 전 의원이 떠난 창원의창에서도 경선이 열렸지만, 윤 대통령 내외와 인연이 있다고 할 만한 검사 출신, 대통령실 출신 예비후보는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런 정황을 보면 김 여사가 공천의 향배를 좌우할 정도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입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해당 문자를 봤다는 이준석 의원도 “김 전 의원이 넋두리하면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니 (김 여사가)‘김해가 비었으니 거기 가보세요’ 한 것인지, ‘김해를 줄게’ 한 것인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그런 텔레그램이 존재하더라도, 선의의 조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오랜 기간 윤 대통령과 적대적인 관계를 이어온 반윤(반윤석열) 인사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공천 탈락을 예상한 김 전 의원이 당 여성 의원 간담회 등을 통해 알게 된 김 여사에게 자신의 구명을 요청했고, 이에 김 여사가 공천 상황을 감안해 개인적인 조언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공천이라는 극도로 예민한 문제를 대통령 부인이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 여사는 당시 ‘명품백’ 사건으로 당내에서도 사과 요구를 받는 등 궁지에 몰린 상황이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문자를 보낸 게 사실이라면 너무 조심성이 없는 것”이라며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왜 자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