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꿈은 계속된다, 다만 더 냉철하고 더 치밀하게 [글로벌 DNA 깨우자]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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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부산엑스포 재도전 하나

베를린·홍콩 이미 2035년 도전장
2030 유치 실패 부산, 신중한 입장
실패 원인·재도전 여부 의견 수렴
부산연구원 검토 용역 내달 종료
도시 브랜드 키우는 계기 삼아야

지난해 11월 2030월드엑스포 유치 결정을 앞두고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광장에 설치된 엑스포 유치 응원부스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지난해 11월 2030월드엑스포 유치 결정을 앞두고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광장에 설치된 엑스포 유치 응원부스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국내 첫 ‘등록엑스포’를 부산에서 개최하겠다는 꿈은 아쉽게 무산됐다. ‘오일머니’의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해야 했지만 부산을 국가 신성장 엔진으로 육성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타파하겠다는 그 갈망은 여전하다. 2035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예전보다 더욱 신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도시로 주목받은 부산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1시 20분(한국 시간),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가 사우디로 결정되던 순간 부산 시민들이 느낀 그 참담함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부산 시민들이 좌절하지 않았던 이유는 국제사회 안팎으로 얻은 글로벌 도시 부산 브랜드 덕분이다.

부산은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관 지옌이 평가하는 세계 지능형센터지수(글로벌 스마트센터지수, SCI)에서 올해 14위를 기록했다. 3년 전 62위에서 14위로 껑충 뛰어오른 셈이다. 아시아에서는 3번째로, 부산이 싱가포르와 홍콩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부산은 3년 전인 2021년 6월 처음으로 순위권인 62위에 오른 이후, 매번 순위가 상승했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전이 한창일 때인 지난해 5월에는 19위에 올랐고, 지난해 11월에는 15위였다. 이 밖에도 부산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2023년 숨이 막히도록 멋진 여행지 및 체험 장소 25’에서 아시아 가운데 유일하게 포함됐다.

고배를 마셔야 했지만 세계의 시선을 끄는 데는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글로벌 허브도시라는 새로운 도전도 결국 엑스포 유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부산’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엑스포 유치 노력을 초기 투자 비용으로 생각하고 다음의 새로운 목표를 위한 전략이 절실하다.

■철저한 분석에 나선 부산

이미 2035 엑스포 유치를 향한 세계 각국의 물밑 경쟁은 시작된 상황이다. 독일 베를린과 중국 홍콩·선전, 이집트 신행정수도가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러시아 모스크바와 이탈리아 로마도 재도전을 배제할 수 없다. 2035년 엑스포는 2026년부터 유치 신청을 받고 각국의 유치 경쟁을 거쳐 2028년 말쯤 개최지가 결정된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 실패 직후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미 부산은 전 세계로부터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 풍부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정부, 부산 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2035년 세계박람회 유치 도전을 합리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부산시는 즉각 지난 4월부터 부산시, 시의회, 상공계, 지역 정치권, 시민 등 각계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고 실패 원인과 재도전 여부 등의 의견을 물어왔다. 또한 지난 6월부터 7월까지는 부산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 조사를 2회 진행했으며 전 국민 1657명에게도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현재는 이를 바탕으로 결과를 검토 중인 상태다.

특히 지난 엑스포 유치활동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평가를 진행하고 2035년 엑스포 재도전 여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부산연구원의 검토 용역도 지난 3월부터 시작돼 다음 달이면 마무리된다. 부산시는 시민 여론이 재도전으로 몰리면,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종합적인 추진 방안을 수립한 뒤 ‘2035 부산월드엑스포’가 국가사업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월드엑스포 유치 과정을 통해 부산이 얻은 것들이 많다”며 “이제는 이것들이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잘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도전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충분하게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계된 주요 현안 빠짐없이 챙겨야”

엑스포에 재도전하지 않더라도 유치전을 계기로 부산이 얻어낸 것들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북항 재개발과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부산형 차세대 급행철도(BuTX)와 부울경 광역교통망 확충 등이 엑스포를 통해 부산이 새롭게 목표로 정한 대표적인 사업들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러한 인프라들의 부재가 엑스포 유치에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존재하는 만큼 부산이 원팀이 돼 현안을 챙겨나가야 한다”며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쏟아부었던 열정과 투자를 더 큰 가치로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부산의 도시 브랜드를 마케팅 엔진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전 세계에 뿌린 노력과 열정이 식기 전에 부산은 노력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릴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국제행사 등을 유치해 글로벌 도시 부산으로서의 지위를 견고히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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