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사직구장 온열환자 속출
15일 18명 이어 17일 43명 발생
폭염 피할 그늘 없이 낮 2시 경기
18일 경기 시간 늦추고 선 캡 배포
9월에도 한낮 기온이 36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와 폭염 경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구장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18일 롯데 자이언츠 구단에 따르면 지난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LG 트윈스전에서 온열질환자 43명이 발생했다. 두통 등 온열질환 증상을 보인 관중들은 의무실 조처를 받거나 어지러움 등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도 관중 18명이 온열질환 증상을 보였다. 지난 14일 경기에서도 온열질환자 23명이 발생했다.
사직구장 온열질환자 사태는 9월에도 폭염이 지속되고, 경기가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에 열린 탓으로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달 1일부터 일요일과 공휴일 경기는 오후 2시에 개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사직구장은 다른 지역 구장과 달리 관중석에 그늘이 적어 온열질환자 발생 가능성도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지난 17일, 부산은 일부 지역 낮 최고기온이 36도에 육박할 만큼 더운 날씨를 보였다. 이날 오후 2시에는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구단 측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구단은 온열 환자 발생에 대비해 △더위 쉼터 운영 △구장 내 상시 의료진 배치 △구장 근로자 교대 근무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직사광선이 심한 구역에는 종이 선 캡 1만 개를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KBO 사무국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경기 시작을 늦추기로 했다. 이날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LG 트윈스 간 경기는 당초 오후 2시에 열리기로 돼 있었으나 오후 5시로 늦춰 열렸다.
관중들은 폭염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경기 시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 관계자는 “시즌 막바지라 선수들이 체력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KBO 현장 감독관에게 오후 2시 경기가 힘들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과거에는 월요일 출근하는 관중들을 배려해 오후 2시로 경기 시간을 정했지만, 지금은 폭염으로 관중들까지 힘들어하는 상황이 된 만큼 KBO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