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금리 '빅컷', 국내 수도권 집값·가계부채 완화가 관건
유럽·캐나다 이어 미국까지 금리 인하
국민·투자자 불안감 최소화 주력해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상을 뛰어넘는 ‘빅컷’을 단행했다. 미 연준은 18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려 4.75∼5.00%로 조정하면서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의 시대’를 열었다. 팬데믹 이후 금리가 인상된 시점부터 따지면 30개월, 최고 수준에서 동결된 때로부터 따지면 14개월 만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낮춰 2.0%로 전망했다. 미국의 고용 증가폭은 5개월 연속 내림세다.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연말 실업률 전망치도 4.0%에서 4.4%로 올렸다. 연준은 이번 빅컷을 통해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회복과 고용 안정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경기 우려가 심화되면서 금리를 큰 폭으로 내려 경기와 고용을 살려야 한다는 시장의 논리가 연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연준은 11월, 12월 두 번 남은 통화정책 회의에서 한 번 이상 ‘빅컷’을 포함해 연말까지 0.5%포인트, 내년 말까지 1.6%포인트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영국·캐나다에 이어 미국까지 금리를 인하하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세계 금리 및 통화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이 빅컷을 통해 긴축 기조를 해제하면서 1년 7개월째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은 수도권 집값과 가계 빚 등으로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월 가계대출이 9.8조 원 늘어나고 수도권 집값이 극도로 불안한 상태이다. 섣불리 미국을 따라 금리를 내렸다가 집값이 다시 급등하고, 가계부채를 더 늘려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대다수 위원이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고 있어 무턱대고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나서기 어렵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 및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으면 10월에도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에 대처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한 한국 경제 현실에서 금리 인하와 내수 진작을 통한 성장률 회복은 양날의 칼과 같다. 길어지는 내수 부진과 고금리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금리 인하가 시급하지만, 기준금리를 내리면 가계대출을 더 자극하고,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을 더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값 폭등은 내수를 침체시켜 성장률까지 갉아먹게 된다. 정부는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에 대응하기에 앞서 가계부채 폭증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 현상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모든 경우에 대비해 국민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최소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