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번식에 학대까지… 사하구 주택서 강아지 30여 마리 구조
사하구서 불법 번식장 운영해오며
수년 째 강아지 학대한 정황 적발돼
“동물보호법·생명존중 인식 개선 필요”
부산 사하구의 한 주택에서 불법 번식으로 학대를 당한 강아지 수십 마리가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됐다. 동물보호단체는 가해자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하면서도 동물권 존중과 보호를 위해선 사회 전반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사하구청과 사하구 유기동물보호소에 따르면 동물보호단체 위액트와 도로시지켜줄개는 19일 오후 사하구 하단동의 한 가정집에서 불법 번식과 학대를 당하고 있는 강아지 30여 마리를 구조했다.
보호단체는 2주 전 하단동 주민들로부터 “몇 년 전부터 한 가정집에서 개 번식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 구조에 나섰다. 이들이 찾은 현장은 집 내부와 마당을 가릴 것 없이 배설물과 쓰레기더미가 쌓여있고, 피부와 털 상태가 엉망인 강아지들이 방치돼 있었다. 쓰레기더미와 냉장고 속에는 10여 마리의 강아지 사체가 보관돼 있기도 했다. 현재 단체는 건강 상태가 악화한 강아지들을 동물병원으로 옮겨 치료 중이다.
사하구청 등에 따르면 해당 번식장을 운영해온 70대 남성 A 씨와 장애가 있는 30대 아들 B 씨는 각각 정신질환과 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불법 번식시킨 강아지들을 하단오거리 일대에서 판매해온 것으로 보인다. 사하구 관계자는 “A 씨와 B 씨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강아지를 내다 판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는 불법 번식장 운영자들이 동물을 입수하는 경로를 파악해 차단하고, 사후 모니터링 등을 통해 불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하구 유기동물보호소 윤희연 운영위원장은 “주민들이 과거 수차례 관청과 112 등에 신고를 했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동물보호법을 비롯해 동물생명과 복지를 둘러싼 사람들의 관심과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