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망스러운 윤·한 ‘빈손 만찬’, 꼬인 정국 풀 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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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여당 갈등, 시간만 허비
수시로 소통해 현안 해결책 내놔야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초청 만찬을 가진 뒤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초청 만찬을 가진 뒤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빈손’으로 끝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4일 만찬 회동을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실 참모 등 20여 명이 참석해 90분간 진행된 이날 만찬은 애초에 의료 공백 사태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없는 자리였다. 결국 덕담만 오가고 식사를 즐기는 수준에서 끝났는데,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기 힘들다. 여기에는 ‘독대’ 무산 과정에서 드러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신경전이 바탕에 깔려 있다. 틈나는 대로 만나서 국정 현안을 의논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갈등으로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빈손 만찬은 이미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무산될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이번 회동 자체가 지난달 30일 예정됐다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둘러싼 이견으로 한 차례 연기됐던 만남이다. 이후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상견례 성격의 자리”라며 거부했다. 결국 독대 아닌 지도부 인사 형식으로 치러지면서 의제나 성격이 제한됐고 한 대표가 제대로 말 한마디 할 기회가 없을 정도로 ‘맹탕’으로 마무리됐다. 독대 회동 무산은 한 대표의 요청을 언론 플레이로 받아들인 대통령의 불쾌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개인감정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현재의 국정 상황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덕담이나 식사만 하고 끝내도 좋을 만큼 한가롭지 않다. 국정 지지율은 바닥인데 의료 사태는 7개월 넘도록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엊그제는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낸 최재영 목사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기소 처분 권고가 내려졌다.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이 더 이상 묻어둘 수 없을 만큼 커지는 양상이다. 윤·한 갈등에 따른 여권의 난맥상과 꽉 막힌 정국을 풀지 못하는 대통령실·여당의 무능이 계속되면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 수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당초의 기대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번 회동은 알맹이 없이 끝났지만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를 다시 요청한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지금은 독대를 놓고 잘잘못을 따지거나 감정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윤 대통령도 한 대표도 형식에 매이지 말고 자주 만나 소통하고 현안 해결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생각의 차이가 있다면 만나서 토론하고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해소하는 게 옳다. 내부 소통도 못 하면서 어떻게 국민들의 마음을 읽겠다는 것인가. 국민들이 바라는 바도 역시 다른 데 있지 않다. 권위가 아닌 민심을 받들어 국정 현안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다면 진정한 집권 세력이라 이름 부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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