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못 하면 심판해야” vs 한동훈 “선동에 선거 오염”
금정 보선 일주일 앞 부산 총력전
4곳 보선 중 가장 공 들이는 모습
이, 강화 유세 이어 탄핵 시사 발언
한, 금정 위한 일꾼 뽑는 선거 강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16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일주일을 앞둔 9일 동시에 부산을 찾았다. 오는 16일 전국 4곳의 기초단체장 보궐선거가 동시에 진행되지만 부산 금정에 특히나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양당의 접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결과에 따라 여야 모두 당내 지형이 요동치는 등 정치적 의미도 배가된 까닭으로 풀이된다.
■이 “삶 너무 힘들지 않느냐”
이 대표는 이날 금정구 이마트 금정점 앞에서 민주당 김경지 금정구청장 후보 집중 지원 유세를 진행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며 심판론을 적극적으로 부각했다. 이 대표는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 삶이 너무 힘들지 않느냐”며 “(다음 지방선거까지)2년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민주당으로)한번 바꿔서 써 달라. 이 기간 김 후보가 잘하면 다시 뽑고 못하면 다른 선택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 5일 강화군수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도중에라도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다”라고 말해 여당으로부터 “사법 리스크를 막기 위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공세”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 자리에서도 민주주의를 언급하며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잘못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잘하라고 야단쳐야 한다. 야단쳐도 안 되면 권력을 내려놓게 해야 한다”며 “이번 금정구청장 선거가 비록 작은 선거지만 (22대 총선에 이어)다시 한번 ‘이건 아니다’고 심판하는 선거다. 2차 심판의 기회가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의 민주주의 기본 원리는 우리가 대리인을 뽑되 감시해서 잘못하면 다른 사람으로 바꾸고, 임기 안에도 도저히 못 견디겠다면 도중에도 그만두게 하는 게 대의 민주주의다”며 “수십 년 동안 피땀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 체제, 한반도 평화, 세계 자랑하는 경제·문화 강국이 망가지고 있는 이 길을 계속 가게 할 거냐. 최소한 여기서 멈추고 앞으로 나아갈 계기를 만들 것이냐가 여러분 한 표에 달려있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발언을 두고 탄핵을 시사했다는 여권의 공세에 대해 “당연한 얘기를 했더니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이상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 얘기 아나.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재차 “저는 탄핵 이야기한 게 없다. 자기들끼리 탄핵 이야기를 한다”며 “분명하게 나는 일반적인 민주주의 원리를 이야기한 것이다”고 했다.
■한 “금정 일꾼 뽑는 선거”
같은 시간 한 대표는 국민의힘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를 열고 “국민의힘은 부산의힘이자 금정의힘이다”며 “며칠 남지 않은 선거에서 저희가 금정을 위해서 일하고 금정을 위해서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조경태, 김희정, 이성권, 백종헌, 박수영, 서지영, 박성훈, 곽규택, 조승환, 김대식, 정성국 의원 등 부산 현역들이 대거 참석해 힘을 보탰다.
그는 이 대표 등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을 주장하는 데 대해 “이번 선거는 금정을 위해서 누가 일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선거다. 아주 단순한 선거다”며 “중앙의 정쟁이라든가 정치 싸움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선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금정의 일꾼을 뽑는 이 선거마저도 정치 싸움과 정쟁과 선동으로 오염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며 “저희는 그러지 않겠다. 오로지 금정을 위해서 누가 더 잘 봉사할 일꾼인지를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최고위 직후 이 대표가 부산에서 탄핵을 직접 거론한 적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낸 데에 대해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어떤 말을 했을 때 모든 사람이 똑같이 해석하면 그것이 맞는 것”이라며 “그게 무슨 뜻인지 우리 모두 알지 않나. 그게 아니라고 하면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부산대 등 금정구 관내 대학이 4개에 달하는 만큼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부산대가 속해 있는 이 금정에는 좋은 학생들이 많지만 일자리가 부족해서 외지로 떠나고 있다”면서 “부산 일자리 저희가 만든다. 저희가 부산을 위해 진정을 다 할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수층의 투표장행을 적극 독려했다. 그는 이번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 대해 “이번 선거야말로 정말 지역민 삶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정말 투표해야 하는 선거가 이런 선거다. 많은 분들께서 나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