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B는 단기 이익 창출보다 창업가들 자유로운 교류가 우선” [도시 회복력, 세계서 배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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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허브 리스본의 아이콘
최대 지원·최소 간섭 원칙 유지

리스본 스타트업 캠퍼스의 주재 모타 리알 매니저가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리스본 스타트업 캠퍼스의 주재 모타 리알 매니저가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3년 출범한 ‘허브 크리에이티브 비토’(Hub Criativo do Beato)는 ‘스타트업 허브도시’ 리스본의 상징 격이다. 리스본 동부의 옛 군수공장들이 있던 베아투 지역 3만 5000㎡ 부지에 조성된 HCB는 2017년 기업 입주가 시작된 이후 현재 국내외 200여 개 스타트업, 기업 연구소 등이 입주해 활동 중이다. 현재 조성된 18개 건물 중 대부분은 사용 예약이 끝난 상태다. 시의 계획대로 앞으로 10만㎡ 규모의 입지가 조성될 경우,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로 꼽히는 파리의 ‘스타시옹F’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현지에서 만난 HCB 프로젝트 매니저인 주재 모타 리알 씨는 HCB의 성공 요인에 대해 “단기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기보다는 젊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모여 낙후된 원도심을 활기차게 만드는 것이 초기 목표였다”며 “임대 목적보다는 좋은 공간, 젊은 인재들이 모여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서로 교류하는 그런 공간을 지향한 것이 젊은 창업가들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HCB를 스타트업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리스본시는 해당 부지를 정부로부터 사들인 이후 활용 방안을 민간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또 최대한 많은 젊은 기업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이전에 없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입주 기업들에게는 경영 수익이 날 때까지 임대료를 받지 않고, 공간 활용 역시 유치 기업의 자율에 맡겼다. ‘지원은 최대한, 간섭은 최소한’이라는 원칙을 유지한 것이다. 리알 씨는 “스타트업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가 HCB의 운영 방안을 맡고 있는데, 시는 정해진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존중한다”며 “기업인들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적시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HCB의 성공적인 안착을 비롯해 리스본이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단기간에 급격하게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리알 씨는 스타트업 도시로서 리스본의 특장점에 대해 “저렴한 물가와 우수한 치안 등 삶의 질이 뛰어나고,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이라는 지리적 장점, 화창한 기후도 무시 못할 경쟁력”이라면서 “특히 좋은 대학에서 배출한 고급 인력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는 것도 기업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리스본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재정 위기 이후 시와 기업, 시민들이 ‘할 수 있다’고 의기투합해 만든 성공적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HCB에 대한 시민들의 자부심이 높다”고 전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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