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빼주세요”…딥페이크 범죄 확산 속 졸업앨범 사진 안 넣는 교사 는다
전국 교원 10명 중 9명은 졸업앨범 속 자신의 사진이 딥페이크 범죄에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 80% 이상은 학생들과 사진을 찍는 것조차 걱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음란물 범죄가 교사들의 졸업 앨범 기피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원 3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딥페이크 여파 졸업앨범 제작 등 실태 파악 설문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응답 교원 중 93.1%(3294명)는 졸업앨범 사진을 활용한 딥페이크 범죄, 부적절한 사진 합성, 초상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고 답변했다. 딥페이크 범죄가 점차 확산하면서 졸업앨범에 사진을 넣는 교사들이 점차 줄고 있다는 답변도 72.5%(2564명)에 달했다.
교원 10명 중 8명 이상은 학생과의 사진을 찍는 것조차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졸업앨범 외에 현장체험학습이나 학교 생활 중 학생들과 찍은 사진이 딥페이크 범죄 등에 악용될 걱정이 되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답한 교원은 절반에 가까운 47.5%(1681명)로 나타났다. ‘약간 그렇다’고 답한 교원도 36.4%(1287명)에 달했다.
딥페이크 범죄 확산으로 졸업앨범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답변도 과반이 넘었다. 응답 교사 중 67.2%(2378명)는 ‘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교총의 이번 설문조사에서 교원들은 딥페이크 범죄나 부적절한 사진 합성 등의 피해 사례도 공개했다. 한 초등학교 여자 교사는 학생들이 졸업앨범과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는 자신의 사진을 합성해 영정 사진 형태로 제작해 유포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한 중학교 남자 교사는 학교 행사 때 촬영된 자신의 얼굴을 학생들이 공룡 이미지와 합성해 악용하기도 했다고 신고했다.
교총은 “졸업앨범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것마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신종 범죄와 교권 침해 유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철저한 대응 방안 마련과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