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발 정쟁 이슈에 지역 현안 쏙 들어간 금정 보선
선거 막판까지 명태균, 김영배 발언 등 정쟁성 이슈가 주도
지역 일꾼 뽑는 기초단체장 선거 불구 자질, 현안 논의는 실종
“선거 이후라도 여야 공약 복기해 실천 압박해야”
10·16 재보궐 선거 과정 내내 부산 금정구청장 보선은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주목 받았다. 이번 재보선은 기초단체장 4명을 뽑는 미니 선거임에도, 수도권과 부산, 호남이 모두 포함돼 전국적인 여론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데다, 특히 금정의 경우 당초 ‘보수 안전 지대’에서 표심의 변동성이 눈에 띄게 나타나면서 그 의미가 ‘전국구’로 확대됐다.
그렇다 보니 국민의힘 한동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까지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거물급 인사들이 총선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금정 지원전에 나서는 등 사실상 중앙당 차원의 총력전이 펼쳐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투표일 직전까지 무려 6번이나 금정 현장을 찾아 당 소속 윤일현 후보 지원전에 나섰다. 그는 지난 15일 마지막 방문에서 “제가 여섯 번 (금정에)왔다고 하니, 주변에서 ‘구청장 선거에 당 대표가 그렇게 많이 가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냐”면서 “구민들에게 진심을 보이기 위해서 6번이고, 60번이고, 600번이고 얼마든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 대표 역시 이번에 총선을 방불케 하는 화력전을 펼쳤다. 이 대표는 “국민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한 채 민심을 거역하는 정권에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일깨울 절호의 기회”라며 이번 선거가 ‘두 번째 정권 심판’이라는 점을 내내 강조해왔다. 그는 투표 당일인 16일에도 전날 별세한 이정이 부산겨레하나 상임대표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금정 보선에 대한 정권 심판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렇듯 금정구청장 보선 자체가 여야 대표 간 각축전이 되면서 중앙발 정쟁성 이슈가 선거전 전반을 주도했다. 여야 모두 지역 현안인 침례병원 활용, 도심 재개발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한 공약을 내세우긴 했지만, 중앙 정치권의 첨예한 이슈들에 가려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주목 받지 못했다.
민주당의 경우, 정국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이로 인해 촉발된 명태균 씨의 폭로성 발언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번 선거의 프레임을 ‘정권 심판’으로 가져갔다. 실제 이 여파로 당정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바닥’을 보였고, 6개월 전 총선까지만 해도 여당 지지세가 우세했던 금정 지역 표심은 투표 직전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박빙의 혼전 양상을 이어갔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 여사의 ‘철없는 오빠’ 카카오톡 메세지와 관련, 김 여사와 오빠 진우 씨, 김영선 전 의원, 명태균 씨 등 핵심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당초 금정 선거를 철저하게 지역 이슈로 앞세운 ‘로키’ 선거전으로 치르려던 국민의힘 역시 야당의 총공세에 당 대표까지 나서는 전면전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헬기런’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고, 선거 중반 불거진 전직 구청장의 별세로 치러지는 금정 보선에 대해 ‘혈세가 낭비된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부른 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성토하고 나섰다.
지역 일꾼인 구청장을 뽑는 선거임에도 너무 많은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면서 정작 여야 후보의 능력이나 비전은 선거전 과정에서 거의 조명을 받지 못했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전이 여야 전면전 양상으로 가면서 정작 지역 현안에 진지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선거 이후라도 여야가 내놓은 공약들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지역 정치권 차원에서라도 복기를 꼼꼼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