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은 머니머신”… 트럼프 리스크 단단히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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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집권 시 우리 안보·경제 큰 위기 우려
국익 지킬 수 있는 정교한 외교력 절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오크스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오크스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대해 “머니머신(Money Machine)”이라고 칭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대담에서 나온 발언인데, 머니머신은 다름 아닌 ‘누르면 돈이 나오는’ 현금자동지급기다. 듣기에 따라 상당히 불쾌할 수도 있는 발언을 공개 석상에서 대놓고 했으니, 트럼프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는 자신이 재임 중이라면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권자들을 의식해 과장한 면이 있다 손치더라도 우리로선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발언이다.

한미 양국은 이달 초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1조 5192억 원으로 책정했다.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조건으로 물가를 반영키로 함으로써 급격한 분담금 증가를 예방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이런 약속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고 한국은 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변함없는 인식이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블룸버그통신과의 대담에서 트럼프가 밝힌 연간 100억 달러 방위비 분담금은 양국이 이미 책정한 액수의 9배에 가깝다. 트럼프는 재집권하면 방위비 분담금을 크게 늘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이다.

트럼프 재집권이 우리에게 가져올 충격은 방위비 분담금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 분야에서도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하 반대, 자동차 등에 대한 강력한 관세 적용 등을 일관되게 천명하고 있다. 이는 2017~2020년 집권 시절 관세 인상을 비롯한 무역장벽 강화와 거시경제적 포퓰리즘 등 당시 트럼프가 펼쳤던 경제 정책 기조와 다르지 않다. 우리 경제는 금리와 환율은 물론 수출 등 무역에서도 미국 경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처지이므로, 또다시 미국이 트럼프식 경제 체제로 돌입할 경우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음 달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길지 아니면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어느 경우든 중요한 것은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길을 어떻게 찾느냐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의 재집권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철저한 시장주의자이면서 미국 국익을 동맹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우리는 트럼프가 과거 집권 시 공격 타깃으로 한국을 정조준하면서 대미 관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리스크가 최소화되도록 대비를 확실히 해놓아야 한다. 우리의 국익과 안보를 지킬 수 있는 정교한 외교력이 더없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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