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벤처 투자 열악함 드러낸 벤처펀드 운영사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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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리그 수도권 투자사가 주도할 우려
지역 전문기업 육성 선순환 구조 고민을

한국벤처투자 유웅환 대표이사와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BNK금융지주 빈대인 회장(왼쪽부터)이 지난해 9월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 업무협약식을 갖고 있다. 부산시 제공 한국벤처투자 유웅환 대표이사와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BNK금융지주 빈대인 회장(왼쪽부터)이 지난해 9월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 업무협약식을 갖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의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조성된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 운영사 공모에 수도권 투자사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한다.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펀드가 자칫 수도권 투자사의 돈 잔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부산시, KDB산업은행, 부산은행은 1000여억 원 규모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지역리그 운영사 선정을 위한 서류심사를 진행했는데 심사를 통과한 11개 사 중 6개 사가 수도권 투자사거나 이들이 참여한 운영사였다. 벤처펀드 투자는 지역·수도권·글로벌리그로 나눠 진행되고 지역리그는 부산 기업에 투자를 진행하는데 정작 펀드 운영은 수도권 투자사 중심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는 부산의 창업 및 중소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6월 출범했다. 지역 주도 모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11억 원으로 올해 안에 2580억 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지역리그는 400억 원을 출자해 576억 원 규모 펀드 결성이 목표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11개 투자사를 대상으로 PT 발표 등 심사를 거쳐 최종 6개 사를 운영사로 선정하는데 수도권 투자사가 압도적으로 최종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금 동원력이나 펀드 운영 실적에서 지역 투자사가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펀드의 목적이 지역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 육성에도 있는데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운영사 공모 과정은 열악한 지역 창업 생태계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벤처기업이 성장하려면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투자 등 창업 서비스가 필수적인데 지역의 사정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VC의 90.7%, AC의 61.5%가 수도권에 집중된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현실적 측면에서는 자본력과 투자 경험에서 앞선 수도권 투자사의 진출이 필요하기도 하다. 문제는 수도권 투자사가 이익만 거둔 뒤 ‘먹튀’ 하거나 부산의 유망 벤처기업이 이들을 따라 ‘탈 부산’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역 투자사가 스타트업 투자로 수익을 얻고 다시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시는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을 막기 위해 ‘창업하기 좋은 도시 부산’을 기치로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항 북항 1부두에 창업·문화·전시가 어우러진 대규모 창업 기반 시설인 스타트업 파크를 조성 중이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산기술창업투자원’도 설립한다. 벤처펀드 조성도 이를 위한 중요한 마중물이다. 이런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려면 세심한 관리와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벤처펀드의 목적이 지역의 투자·보육 전문기업 육성에도 있는 만큼 운영사 선정에서부터 지역 투자 기여도 등을 잘 따져 봐야 한다. 그래야 지역 창업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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