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실 ‘김건희 특검법’에 힘 실리는 원인 곱씹어야
주가 조작 무혐의, 국민 법감정 괴리
역대 정권, 가족 수사 수용 뜻 살피길
검찰이 17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공모·방조 혐의가 없다며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상장사 대표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믿고 수익을 얻으려 계좌 관리를 맡긴 것일 뿐”이라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시세 조종에 전주로 가담한 혐의로 고발된 뒤 무려 4년 6개월이나 끌다 결국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김 여사와 모친의 계좌가 주가 조작에 이용돼 거액의 수익을 얻은 사실이 확인됐고, 관련자들이 유죄를 선고받은 상황을 감안하면 검찰의 판단은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감이 크다. ‘봐주기 수사’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러니 ‘특검 불가피론’이 커지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검찰은 이번 무혐의 결론으로 논란이 가라앉기를 바라겠지만 상황은 더 꼬이고 있다. 검찰은 앞서 명품백 수수 건은 물론,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과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등 영부인 사건 모두를 무혐의 처분했다. 사법의 잣대가 선별적이라는 불신이 커지는 대목이다. 오죽했으면 집권 여당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검찰 발표 직후 “김 여사 관련 의혹 규명 절차에 적극 협조”를 요구했겠나. 대통령 면담을 앞둔 한 대표는 또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거듭 촉구하면서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영부인의 사과, 은인자중, 비선 배제 정도로 사태가 일단락되기에는 너무 늦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야권이 특검 공세를 강화하는 빌미가 됐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특검의 필요성이 더 강해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게다가 ‘명태균·김대남 녹취록’으로 대선과 후보 경선 때의 불법 여론조사나 공천 개입 의혹이 확산되는 터라 특검의 수사 대상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세 번째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기존 특검법에 있던 주가 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임성근 등에 대한 구명로비 의혹에 이어 명태균 의혹과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까지 추가된 것이다.
지난달 두 번째 ‘김 여사 특검’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여론 조사에서 찬성 65%, 반대 24%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오불관언하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해 민심의 역풍을 받았다. 역대 최저 지지율의 이유다. “죄를 지은 사람이 특검을 거부한다”던 대선 후보 시절의 당당한 모습은 어디 갔나. 국정이 마비되는 엄중한 시국에 아내의 허물을 감싸는 데 급급한 모습은 국정 최고 지도자의 덕목과 거리가 멀다.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가족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나 공분이 제기되면 예외 없이 재임 중 특검을 수용했다. 대통령으로 뽑아 준 주권자에 대한 도리이자 책임지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에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